“김재원 지지, 지지정당 없음” 이런 꼼수문자 딱 걸린 김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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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국민과 함께하는 2020 희망공약개발단' 총괄단장인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보건안전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국민과 함께하는 2020 희망공약개발단' 총괄단장인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보건안전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10일 당 정책위의장인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ㆍ군위ㆍ의성ㆍ청송)에게 엄중 경고했다. 한국당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김 의원 측이 당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 없음’ 답변을 유도했다는 이유다. 당 공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한 공천을 방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4·15 총선을 대비한 한국당의 공약개발단 단장 역할도 맡고 있다.

논란은 한국당 공관위가 지난 5일부터 벌이고 있는 지역구 여론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관위가 현역 의원 평가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조사다. 그런데 김 의원 측이 지역구에 “응답요령으로는 ①김재원 의원 지지 ②지지정당은 없음으로 부탁드립니다. 그 사유는 경북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80%가 넘어 개인 지지율이 여기에 못 이르기에 무당층으로 응답하시면 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배포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뒤이어 “정당지지는 없다고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왜냐면 정당지지와 김재원 지지 간의 차이가 크면 평가상 불리하다고 합니다”는 메시지도 공개됐다.

메시지 공개 직후부터 한국당에서는 “당 지지율을 떨어뜨려 의원 선호도와 격차를 줄이는 ‘착시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지지율에 김 의원 개인 지지율이 못미칠 경우 ‘컷오프’(공천배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한국당은 현역 30% 컷오프, 50% 물갈이를 예고한 상태다.

“우리가 보낸 게 아니다”라는 김 의원의 부인에도 의혹이 설득력을 얻은 건 그의 지역구가 대구ㆍ경북(TK)인 탓도 있다. TK가 한국당 텃밭인 만큼 컷오프 비율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서다. 김 의원 역시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TK 의원들을 대대적으로 쫓아내겠다는 시각에 대해 아무래도 피해의식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 공관위는 김 의원과 지지자들을 향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 공천을 방해하는 행위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행위가 재발할 시에는 공관위의 강력한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발할 경우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관위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사람은 지역에 계신, 과거 당에 근무했던 연세 많은 분이다. 나와 특별한 관련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에게) 제발 도움이 안되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오해받을 짓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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