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당했어요" 신종 코로나 불안 틈타 마스크 사기 기승…단속 상황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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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가짜뉴스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가짜뉴스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안심시키려 창고사진, 주소 보내 

4일 국내 한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에 “마스크 사기 당했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피해를 주장하는 A씨는 판매자 B씨와 나눈 최근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B씨는 시험검사성적서 제공과 낱개포장 모두 가능한 것처럼 안심시켰다. 창고 사진도 2장 첨부했다. 사진 속 창고 간판에는 ‘각종 일회용품 판매 도매마트’라고 쓰여 있었다.

A씨는 B씨에게 마스크 9500개를 주문했다고 한다. 병원에 급하게 납품해야 해 직접 찾으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확인한 주소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갑자기 B씨와 연락도 닿지 않았다. 정확한 피해금액은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A씨는 “돈부터 달라는 것은 그냥 패스(무시)하면 될 것 같다”며 “다른 분들이 사기 안 당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마스크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글. [사진 해당 홈페이지 캡처]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마스크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글. [사진 해당 홈페이지 캡처]

선결제 이뤄지면 그대로 잠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이후 퍼지고 있는 불안심리를 이용한 마스크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물건을 팔 것처럼 속인 뒤 결제가 이뤄지면 그대로 잠적하는 수법이다.

또 다른 온라인 직거래 장터에서도 최근 마스크 사기가 의심된 일이 벌어졌다. 한 판매자는 KF94 보건용 마스크를 장당 1200원의 가격에 제공한다는 광고를 올렸다. 기본 판매수량은 100장이다. 문의하면 200원 할인된 1000원에 살 수 있다고 구매를 부추겼다. 내일부터는 800원 비싼 ‘정상가격’으로 판매하니 서두르라는 취지도 덧붙였다.

다행히 판매자와의 대화창에 갑자기 ‘주의’ 메시지가 뜨면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메시지는 ‘상습 거래사기자’로 계정을 차단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이유로도 거래를 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경찰, 마스크 사기범죄 96건 수사 중  

6일 경찰청에 따르면 마스크 사기범죄가 의심되는 96건에 대해 수사(5일 기준) 중이다. 현재 드러난 피해액만 2억원 정도다. 서울에서는 “위생 마스크 9만장을 판매한다”고 속인 뒤 9000만원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과 충남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잇따랐다. 피해금액은 각각 7700만원, 1970만원이다. 경기 김포에서도 970만원 상당의 피해가 접수됐다.

충남의 경우 아예 온라인 쇼핑몰을 새로 만든 후 가짜 판매에 나서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청 사이버안전지킴이 사이트에서는 온라인 사기범죄가 의심되는 연락처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사진 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경찰청 사이버안전지킴이 사이트에서는 온라인 사기범죄가 의심되는 연락처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사진 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안전지킴이서 판매자 연락처 조회 가능  

경찰은 현재 마스크 사기가 의심되는 건에 대해서는 별도 모니터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가짜뉴스와 달리 단순히 판매글 만으로는 사기 범죄인지 아닌지 확인이 어려워서다. 사기 피해를 당했거나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그때 수사에 나서고 있다. 경찰에 확인되지 않은 소액피해자들까지 포함하면 마스크 사기범죄 피해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판매자가 의심되면 경찰청에서 제공하는 ‘사이버안전지킴이’(https://www.police.go.kr/www/security/cyber.jsp) 사이트를 이용해줄 것을 전문가는 조언한다. 사이버안전지킴에서는 인터넷 사기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연락처·계좌번호의 조회가 가능하다. 최근 3개월간 3회 이상 신고가 이뤄진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중국인 관광객의 가방 속 마스크 개수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중국인 관광객의 가방 속 마스크 개수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경찰청장, "마스크 판매사기 단호히 수사" 

경찰은 마스크 사기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민 불안감을 악용한 마스크 사재기 및 판매사기에 대해 단호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신종 코로나 관련한 가짜뉴스 생산·유포, 확진자 개인정보 유출 행위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국에서 28건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혐의별로는 가짜뉴스 관련 20건, 개인정보 유출 7건, 스미싱 1건이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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