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특수 실행단계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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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련 특수는 과연 오는 것인가.
연초부터 「시베리아 개발 사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소련으로부터 3억∼4억 달러에 달하는 생필품 구매 제의를 받았다」 「소련 연해주 지역 30억 평의 삼림을 3O년 동안 공동개발 하기로 합의했다」는 등 조금 궁금하다 싶으면 하나씩 터져 나왔던 뉴스들은 소련 특수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 시베리아 개발 진출 가능성과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소련 특수의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으나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당장에 엄청난 수요가 있고 그 수요에 대해 한국의 독식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소간 무역 사무소가 상호 개설된 후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 같던 양국간 교역은 아직도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인 3억∼4억 달러에 머물고 있으며 각종 프로젝트 추진도 의견 타진에 그친 채 진도의 4O만 달러 투자가 고작이다.
또 대소 생필품 특수에 대한 기대도 국내 기업들이 비누·칫솔·의류·치약·스타킹 등을 수출하기 시작했으나 금년의 경우 16일부터 시작되는 모스크바 생필품 전시회를 포함, 7천만 달러 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한·소 양국 모두에 실망스러운 결과이며 이에 대해 소련 측은 최근 「한국은 말만 떠벌리지 실질적인 알맹이가 없다」는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소 투자의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라도 현대의 하바로프스크 지역 목재 가공 공장 (1백만 달러 미만)에 대한 투자가 인가될 것이란 분석이 있어왔다.
따라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밝힌 이번 사업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전에 정부와 협의가 끝나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정 회장이 한국의 투자는 「최소화한다」는 말로 미루어 그 동안 풍문으로 떠돌던 상업 차관의 가능성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베리아 포세이트 항과 연관된 나훗카 특구 개발 방법에 대해 소련과 일본사이에는 30년 정도 이 지역을 조차하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국제은행 차관 단의 지원으로 해결한다는 논의도 있어왔다.
또 정 회장도 이 부분에 대해 이미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초 소련은 우리측에 약 3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요청해 왔으나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어떠한 확답을 주지 못해왔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소련이 갖고있는 투자 부진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고 북방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3억 달러가 정부개입 없는 상업차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왔다.
이렇게 볼 경우 한·소 양국은 투자보장협정 영사문제 등 이견에 대한 탐색전을 끝내고 이제 실행기로 접어드는 신호탄으로 정 회장의 방소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소련 특수라는 것도 새로운 시장의 확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투자보장 문제등 신중한 검토도 병행되어야 한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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