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버냉키 야구로 경제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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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제학이 미 주류 경제학으로 부상하나?

야구와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 스포츠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 경제학에도 스포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경제학도를 키워내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시선이 스포츠 쪽으로 돌아간 지는 이미 오래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부수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마케팅 회사인 MKTG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략 100~120명에 이르는 대학 교수들이 스포츠 경제학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미국 서부경제학회 모임에서 제출된 보고서 가운데 12건은 스포츠 관련 내용이었다. 스포츠 경기장의 광고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나 자유계약 야구시장에서 우승(구단)의 저주 등 주제도 다양했다.

스포츠가 미국 경제계에서 자리를 잡은 지도 꽤 됐다. 세계 경제를 좌우했던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과 버냉키 현 연준 의장은 야구로 실력을 쌓았다.

야구광이었던 그린스펀은 야구 통계를 계산하며 수학 실력을 갈고 닦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퇴임 때 직원들로부터 사인이 담긴 야구 글러브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버냉키 현 연준 의장은 야구와 인연이 더 깊다. 고등학교 시절 속독을 익히고, 미적분학을 독학으로 깨우쳤으며, 수학능력적성검사(SAT)에서 10점 모자라는 만점을 받은 것도 야구와 무관치 않다.

그는 메이저리그 운영과 선수 통계 작성 방식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투수의 실력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자책점을 발전시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리차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표현을 야구에 빗대 표현하기도 했다.

경제 전반에 스포츠의 영향력이 커지자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스포츠 경제학'의 공동저자이자 모랍비안 대학의 교수인 피터 본 알멘은 "스포츠 경제학 코스가 개설되자 마자 인원이 다찰 정도로 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경기장의 재무 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는 콜로라도 대학의 에이쥬 펜 교수는 한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때 몇몇 학자들은 좀더 진지하게 뒤편으로 자리를 옮길 정도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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