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험지’는 어디일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4·15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의 출마지는 20일 넘게 오리무중이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 출마지를 놓고 종로·용산·세종 등 각종 설(說)만 난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다시 거론된다.
그중에서도 여전히 종로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종로 출마를 공식 제안했는데, 황 대표도 종로에 나설 경우 '차기' 지지율 1ㆍ 2위인 여야 잠룡 간의 ‘대선 전초전’이 된다. 종로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하지만 높은 주목도 탓에 역설적으로 황 대표 주변에서는 종로 출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판이 너무 커지면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자칫 수세에 몰릴 경우 한국당의 총선 전략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종로 외에 상징성이 있는 다른 험지도 고려해야 한다”(초선 의원)는 이유에서다.
이의 연장선에서 나오는 게 ‘이기는 험지론’이다. 한국당의 한 초선의원은 “만약 초반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가 열세인 것으로 나타나면 민주당은 이를 활용해 전국 선거 판세와 연동하려 할 것”이라며 “황 대표의 출마 지역 선정에는 이런 전략적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행정부를 떠나자마자 종로에 터를 잡고 황 대표를 사실상 호출하고 있다. 민주당이 원하는 구도로 맞붙을 이유가 없다”는 일부 한국당 의원들 역시 “황 대표는 ‘이기는 험지’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당은 ‘이기는 험지’를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선거구별로 당세(黨勢)를 정밀 분석한 자료를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황 대표가 출마할 최적지를 택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당의 한 주요 당직자는 “종로 빅매치로 가는 건 총선 전체로 봐선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황 대표가 나갈 험지가 어딘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이의 연장선에서 “비례대표 후순위로 출마하는 것도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다만 한국당 내에선 “미리 이기는 험지를 찾는 건 패배주의다. 비례대표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반론도 나온다. “청와대가 위치한 종로에서 현 정부 실정(失政)의 책임자인 이 전 총리와 맞붙어서 이겨야 한다. 그런 결기도 없이 어떻게 전국 선거를 승리로 이끄냐”는 주장이다. 황 대표의 한 측근은 “비례대표로 선회하거나 ‘험지 아닌 험지’에 출마하는 건 황 대표에게도 타격이 클 수 있다”며 “종로를 나가거나 아니면 불출마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지난 22일 공천관리위원 명단을 확정하고 공관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에 따라 황 대표의 출마지 역시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김형오 한국당 공관위원장은 지난 20일 중앙일보에 “(황 대표의 종로행은) 아직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 전체적인 그림을 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