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식수 윗물도 아랫물도"혼탁"|수원지서 눈속임 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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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광명시 등에 공급되고 있는 수도물이 수원시의 정수과정에서 함량미달의 저질약품을 사용하거나 약품의 양을 규정보다 적게 투입, 제대로 정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이 서울시내 4개 하수처리장과 2개 위생처리장의 일제 수사과정에서 드러나 서울시에 통보됐으며 서울시가 10일 9개 수원지에 대한 1차 감사결과 확인됐다.
검찰은 수원지 관계 공무원들이 약품 값의 차액을 빼돌리기 위해 이 같은 비리를 저질러온 것으로 보고 이들의 부정이 드러나는 대로 형사 처벌할 방침이다.
◇검찰통보=서울지검 특수1부는 지난5일 이기창 서울시 상 하수국장을 하수·위생처리장 공무원 비리수사의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하면서 이 같은 수원지 공무원들의 비리내용을 통보하고 자체 조사토록 했었다.
검찰은 조사결과 대부분의 수원지에서 수도물 생산에 필요한 약품을 규정보다 적게 사용하거나 활성탄·소석회 등을 저질품으로 구입해 사용, 공무원들이 약품 값 차액을 빼돌려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수원지 부정사건을 직접 수사할 경우 식수 파동이 우려되는 등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의 자체조사를 통해 시정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자체조사=서울시는 10일 9개 수원지에 대한 감사에서 1차로 암사·구의·노량진·선유 등 4개 수원지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두 확인했다.
암사·구의 수원지는 수도물 생산과정에서 물 속의 찌꺼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는 황산알루미늄 등 2종의 약품사용량이 장부상의 구매량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나 정밀조사중이다.
또 노량진·선유 수원지는 냄새를 없애는 활성탄(카본블랙)을 함량미달의 저질품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이 같은 저질약품이나 적은 양의 약품으로는 오염된 물이 제대로 정수되기 힘들다』고 말해 그 동안 이들 수원지에서 기준미달의 정수를 해봤음을 암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들 수원지에서 각종 세균 오염치 조사 등도 수치를 조작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는 또 나머지 5개 수원지에 대해서도 이 같은 사실에 대한 전면조사를 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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