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 간섭” “조선총독” 당정청, 해리스 미대사 때리기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670호 01면

청와대와 통일부, 그리고 집권 여당이 17일 ‘해리스 때리기’에 일제히 나섰다.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남북 협력사업 추진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리스 대사를 ‘조선 총독’에 비유했다.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면서다. 송 의원은 “대사로서의 위치에 걸맞지 않은 과한 발언”이라며 “대사의 직분에 맞게 언어에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 구상에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개별 관광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만큼 남북 협력과 민간 교류 확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표는 청와대가 찍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해리스 대사 발언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남북 협력과 관련된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는 항시 긴밀하게 공조하며 협의하고 있다”며 “정부는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조속한 북·미 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서울에서 열린 외신 간담회에서 대북 개별 관광과 관련해 “추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경협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낙관주의에 기반해 행동하는 것과 관련해 나는 미국과의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독자적 남북 협력 구상을 밝힌 지 이틀 만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윤성민·정진우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