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선고 미뤄진 김성준 전 SBS 앵커…"기다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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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전 SBS 앵커 [사진 연합뉴스]

김성준 전 SBS 앵커 [사진 연합뉴스]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신체 일부를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김성준 전 SBS 앵커의 1심 선고가 미뤄졌다. 재판부는 "검찰이 김 전 앵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절차가 적법했는지 다시 심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17일 예정됐던 선고를 연기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박강민 판사는 이날 김 전 앵커의 1심 선고를 연기하고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이날 김 전 앵커는 재판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박 판사는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를 거론했다. 박 판사는 "기록을 검토해보니 검찰이 김 전 앵커의 9건의 불법촬영 혐의 중 2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이런 경우 영장이 다른 범행에도 효력을 미치지는지가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앵커 측이 문제 삼지 않은 부분을 판사가 스스로 지목한 것이다.

박 판사는 최근 대법원에서 '동종 또는 유사범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장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개별적인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점을 언급했다. 박 판사는 "압수수색 영장을 받지 않고 기소한 다른 범행들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범행 간 관련성이 없다면 압수수색 절차가 문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영장이 관련성 있는 범행에서 효력을 발휘한다는 취지의 논문이 여러 개 있다"며 "이 사건에서도 충분히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도 이런 취지로 유죄가 선고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로 영장을 신청할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다.

박 판사는 이번 사건과 비슷한 최소 3개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만큼 선고가 늦어지더라도 이 사건들의 결과를 참고할 의사가 있는지 묻기도 했다. 김 전 앵커 측 변호인은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또 (검찰이 압수수색한 디지털 증거의) 포렌식 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됐는지 여부도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앵커는 지난해 7월 3일 오후 11시 55분쯤 서울지하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사건 직후 범행을 부인했는데, 검찰 조사 때 그의 휴대전화에서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사진 9건이 발견됐다.

김 전 앵커는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보도된 직후 사직했다. 검찰은 김 전 앵커에 대해 징역 6월과 신상정보 공개 및 취업제한명령 3년을 구형했다.

박건·이후연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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