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례당에···선관위 "정당 39개까지 가능한 검표 계수기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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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연동형 비례제를 비판하는 동안 성동규 여의도 연구원장이 길어진 가상의 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연동형 비례제를 비판하는 동안 성동규 여의도 연구원장이 길어진 가상의 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 정당 급증에 대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신형 ‘투표지 심사 계수기’를 개발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기존 계수기(24개 정당)보다 더 긴 용지를 소화할 수 있어 39개 정당까지 검표할 수 있는 기계다. 선관위는 비례 투표 용지가 50㎝ 이상으로 길어져 수(手)개표를 하더라도 개표 과정을 일부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총선을 대비해 개표에 사용하는 기계 2종(투표지 분류기, 투표지 심사 계수기) 중 계수기를 신형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총선 때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 수가 40곳을 넘지 않으면 신형 계수기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21곳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 투표용지가 33.5㎝였다. 당시 선관위는 개표에 분류기와 계수기를 모두 썼다. 분류기는 기호별로 찍힌 기표를 나누는 분류 작업에, 계수기는 검표 작업에 사용된다. 이번에는 계수기만 새 모델을 도입한다. 투표지 분류기는 구조가 복잡해 4.15 총선 때까지는 더 긴 용지를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사용할 투표지분류기 등의 보안체계를 확인-점검하기위한 보안자문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투표지분류기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박종근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사용할 투표지분류기 등의 보안체계를 확인-점검하기위한 보안자문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투표지분류기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박종근 기자

현재 투표지 분류기가 소화할 수 있는 정당 수는 24곳이다. 20대 총선 때보다 비례 정당이 네 곳만 더 나와도 기존 분류기 사용은 불가능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새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미 비례 정당이 우후죽순 출연 중이다. “분류 작업은 사람이 직접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사상 초유의 개표 대혼란은 없을 거라는 게 선관위 측 설명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도 개표 과정에선 사람의 손과 눈에 의존하는 업무의 비중이 커 수개표 부담이 조금 늘더라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정당투표 개표를 제외한 전체 의석의 85%인 지역구(253석) 개표는 종전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형 계수기도 수개표로 인한 지연을 보완할 계획이다. 선관위 측은 “비례 정당이 40곳 미만이면 평균 개표 시간이 많아야 2~3시간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는데 선거 때마다 변수가 많아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개표작업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6·13 지방선거 개표작업 모습. [중앙포토]

투표지 분류기와 계수기는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때 처음 도입했다. 그 이전(2000년 4월 13일)에 치러진 16대 총선 때는 지역구·비례 모두 수개표해 당일 오후 11시 30분~다음날 오전 6시 30분 사이에 개표가 끝났다. 지난 20대와 19대 총선 평균 개표 소요 시간은 각각 7시간 50분, 6시간 23분이다. 평균치로 비교했을 때 16대 때보다 2~3시간 가량 짧아졌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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