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김어준은 걸어 다니는 음모론, 유시민은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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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진중권 전 교수 페이스북]

[사진 진중권 전 교수 페이스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8일 조국 사태를 두고 이견을 보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겨냥해 “논리의 영역마저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 이사장에 대해 “이 분의 마인드가 윤리 영역을 떠나 있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며 “그래도 두 발은 아직 논리 영역에 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아예 논리 영역마저 떠나버리셨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진행된) JTBC 토론에서 ‘너무 멀리 가셨다’는 나의 지적에 유시민씨는 자신이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할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대꾸했다”며 “그 말을 들으니 정말로 변한 게 아니라 옛날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 분의 교양에 뭔가 문제가 있음은 전에도 문득문득 깨닫고는 했다”며 “예를 들어 이 분이 언젠가 ‘달 착륙 허구설’을 주장하며 ‘착륙선이 무슨 동력으로 달의 중력을 이기고 빠져나오느냐’고 한 적이 있다.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이 얘기를 웃지도 않고 매우 진지하게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이 분의 교양 세계의 일각이 음모론과 같은 ‘이야기’에 침윤된 게 아닌가 의심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나아가 “따져 보니 그의 예언 혹은 예측은 그동안 거의 맞은 적이 없더라”며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대선 불가론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조작 논란 옹호 ▶18대 대선 문재인 승리 예측 ▶20대 총선 야권 대패 예측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번에도 그는 ‘정경심의 혐의를 모두 방어할 수 있다’고 한다. 도대체 손바닥이 얼마나 크기에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누구나 알다시피 김어준은 타고난 무당이 있듯이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걸어 다니는 음모론이라고 할까나. 이 친구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의 문제”라며 “유시민은 좀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크게 다르지도 않은 모양”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유 작가가 자신을 ‘어용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귀한 일이다. 인식과 판단에서 사실과 허구를 뒤섞는 버릇은 지식인에게는 경계해야 할 습관이나 어용들에게 꼭 갖추어야 할 자질”이라며 “비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어용지식인’은 실제로 그의 적성과 자질에 가장 잘 맞는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 이사장과 진 전 교수는 정의당 창당 멤버로서 고(故)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노유진의 정치카페’ 팟캐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조국 사태를 놓고 견해가 갈리면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 7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어떤 때에는 판단이 일치했고 길을 함께 걸었던 사이지만 지금은 갈림길에서 나는 이쪽으로, 진 전 교수는 저쪽으로 가기로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진 전 교수에게 ‘작별’을 고하기도 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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