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검찰 수사] '宋씨 주변' 집중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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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살펴보니 그 사람 거짓말을 참 많이 했더라."

송두율씨 사건을 넘겨받은 수사 기록을 검토한 검찰 관계자가 3일 한 말이다. "혐의 입증에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거나 어려울 것 같지 않다"고도 했다.

국정원이 송치한 수사 기록에 宋씨의 혐의를 입증하기에 충분한 증거자료가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宋씨를 3일 첫 소환 조사한 검찰이 그를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그가 아무리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낼 자신이 섰다는 의미다.

특히 가장 핵심적 혐의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정황과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宋씨가 1994년 김일성 주석 장례식에 이어 이듬해 오진우(吳振宇) 인민무력부장 장례식에도 참석했음이 국정원 조사에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건 기소 시기, 그리고 구속한 상태에서 기소를 하느냐 불구속 기소를 하느냐다.

宋씨의 기소 시기는 현재로선 유동적이다. 宋씨의 혐의만 밝힌다면 다음주 초도 가능하지만 宋씨의 활동을 도운 국내 연계세력에 대한 수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검찰은 현재 국정원 등과 협조를 통해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토대로 공안1부 검사 전원을 투입해 이 부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갈 태세다.

한 수사관계자는 "사실 宋씨의 기소 여부보다 아직 한번도 드러나지 않은 국내 연계세력에 대한 규명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3일에 이어 宋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기로 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宋씨가 이 부분에 대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기소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宋씨의 공소장에는 반국가단체 가입과 특수탈출 등 혐의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품수수 부분은 추가사실이 나오지 않는 한 공소시효(5년)가 지나 제외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宋씨의 구속 여부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구속 등을 포함해 신병 처리 문제를 두고 검찰 내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에는 宋씨가 독일 국적자이며 자진 입국한 점 등을 고려해 과거의 행적을 반성한다면 사법처리를 하더라도 불구속 기소가 유력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宋씨의 태도가 반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따라서 宋씨가 주요 혐의를 계속 부인한다면 구속 기소도 신중히 검토한다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출두한 宋씨는 국정원에서의 여러 차례 조사와 기자회견 등의 일정으로 인해 지친 모습이었다. 宋씨는 김치찌개로 점심 식사를 했고 30분간 낮잠을 잔 뒤 다시 조사를 받고 밤 늦게 숙소로 돌아갔다.

宋씨는 서울지검 청사를 나서면서 "반성문을 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 내지 않았다. 피곤한데 참…"이라고 답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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