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수처 통과 3표밖에 여유 없다”…당론에 밀린 조응천·금태섭 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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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응천(左), 금태섭(右)

조응천(左), 금태섭(右)

문재인 정부의 숙원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더불어민주당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인영·윤호중, 막판까지 표단속 #조 “마음 무겁다” 금 “조용히 지낼 것”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본회의 전) 표 점검을 해봤을 때 여유가 없었다”며 “(30일) 오전에 점검했을 때 (의결정족수인 148표에서) 한 3표 정도밖에 여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51, 152표가 나와서 ‘굉장히 어렵겠다’ ‘어떡하냐’고 해 새벽같이 회의를 하고 (본회의 전까지) 계속 또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실제로 표 단속을 전방위적으로 했다. 30일 오후 3시40분쯤 국회 의원회관 312호 조응천 의원 사무실에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나왔다. 표결 2시간 전이었다.

윤 총장은 “공수처 표결과 관련해 얘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분위기 좋았다”고만 했다.

윤 총장은 당 총선기획단장으로 공천에 직간접으로 관여할 수 있는 인사다. 조 의원은 공수처법안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조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역시 공수처법안을 반대해온 금태섭 의원은 이인영 원내대표가 접촉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 의원이 기권표를 내기 전 지도부를 만나 ‘반대는 하지 않겠다. (나의 반대가) 결과에 영향을 줄 듯하면 기권 대신 찬성하겠다’고 사전에 알렸다”고 전했다. 지도부와 ‘사전 조율’ 후 조건부로 소신을 이행했다는 얘기다.

바른미래당 호남 중진 주승용 국회부의장도 민주당의 막판 설득 대상이었다. 주 의원은 공수처법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주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본회의 직전 ‘4+1’ 회의에서 민주당이 군소 야당 대표들에게 ‘농어촌 지역구 보장’을 약속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불참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박 최고위원은 “오후 4시쯤(본회의는 오후 6시) 법사위의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당 대표실에서 부른다고 나가더라. ‘이거 혹시 표결 관련한 중대한 전략을 짜는가’ 걱정했는데 (권은희 수정안) 표결에 참여를 안 하더라.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통과됐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 때보다 더 많은 ‘160’표를 얻었다.

하지만 조 의원은 표결 4시간 뒤 “(지금의) 무거운 마음은 찬성한 내용이 내 생각과 달랐기 때문”이라며 “유감스럽게도 오늘 찬성한 안은 몇 가지 우려가 있다고 아직도 생각한다”는 글을 썼다. 금태섭 의원은 표결 후 중앙일보 기자에게 “당분간 조용히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론’ 때문에 소신을 굽혔거나, 지지층에 공격당하는 두 의원의 정치적 상처는 컸다.

심새롬·김효성·하준호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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