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미국 틀렸다" 발언이 틀린 3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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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5일 '북한 미사일문제에 있어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발언 논란과 관련, "크고 작은 많은 실패 있는데 그 많은 실패, 객관적으로 실패든 아니든 한국 장관이 '그 정책은 미국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하면 안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료들에게 "그러면 북한 목조르기라도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의원님께서는 미국은 일체 오류가 없는 국가라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오류에 대해서는 한국은 일체 말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질문을 하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이 썰렁 화법계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기자들 사이에서는 '목포는 항구다'같은 수준으로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노대통령의 이번 '미국 틀렸다' 발언과 지난 3년간 한-미 관계에 대한 노대통령 발언을 보면 그가 아직도 대통령 취임시절의 아마추어적 외교인식과 청와대 안보팀의 구닥다리 보고서에 맞춰 한미관계를 보고 있음을 알게된다. 나는 그야말로 딱한 마음에서 왜 노대통령의 '미국 틀렸다' 발언이 왜 틀린 발언인지 설명해보겠다.

첫째, 노대통령의 발언은 틀린 정보와 인식에 기초해 있다. '미국=실패자'론의 1차 전제는 미국의 대북 목표와 관련이 있다. 즉 노대통령과 이종석씨의 머리 속에는 '미국의 목표=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막는 것'이라는 인식이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이 '미국이 실패했다'라는 논리가 서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진짜 그런가?'하는 것이다.

북-미 관계를 10년 넘게 관찰해온 기자의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미국 목표=핵,미사일 폐기'는 진실이 아니다. 아마 2000년 클린턴 행정부까지는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정권의 대북 목표는 '북한 무시하기/벌주기'이지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부시정권의 실패가 아니라 승리다. 왜냐면 이 미사일 발사로 인해 '북한=악의 축'이라는 부시식 정의가 바른 것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노무현 안보팀은 3년전에 그렇고그런 대미 인식과 정보를 갖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지금도 그 수준은 여전히 그렇고그렇다. 이런 이유로 노대통령의 '틀렸다' 발언에서 틀린 것은 미국이 아니라 노대통령 자신이다.

둘째, 노대통령 발언은 외교적으로 틀린 발언이다. 노대통령과 청와대는 한번이라도 블레어 영국 총리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블레어는 우리로 치면 민노당에 해당되는 영국 노동당 대표 출신이다. 미국에 대한 노동당의 시각은 굳이 설명 안해도 알 것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블레어가 또는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각료가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틀렸다"또는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틀렸다고 말하면 안되냐"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내가 알기에는 없다. 개인적인 소신과 견해를 국익앞에 접은 것이다.

국가간의 '동맹'은 개인적인 차원으로 바꾸면 '너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이'를 의미한다. 그래서 동맹과 우방은 비슷한 것이 아니라 엄청 틀리다. 죽고사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교무대에서는 동맹간에는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도대체 노대통령과 이종석씨가 '미국이 틀렸다'라고 말해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내 팔뚝 굻다' 이런 얘기인가. 제발 블레어를 배워라. 노대통령이 발언은 이래서 틀린 발언이다.

셋째,노대통령의 발언은 햇볕정책에도 어긋난다. 햇볕정책의 창시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사일 발사는 북한을 돕는 사람들의 입지를 좁힌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DJ가 하고픈 거의 모든 의미를 다 함축하고 있다. DJ는 이 말을 통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뜻과 함께 그 논리성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화법을 구사했다. 누가 봐도 이는 고개를 끄덕일만한 발언이다.

햇볕정책은 튼튼한 한미동맹 위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 남북관계를 개선해가는 정책이다. 그런데 지금 노대통령 발언은 정책의 상수와 변수를 혼동하고 있다. 가정이긴 하지만 DJ가 지금 청와대에 있었더라면 지금 노대통령이 하는 것보다 훨씬 매끄럽게 한미관계를 이끌어 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대통령은 말로는 햇볕정책을 한다고 하고 실제로는 햇볕정책을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내가 보기에는 노대통령은 아직도 햇볕정책을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내년 12월 청와대에 물러나는 날까지도 햇볕정책을 이해 못하고 물러날 것같다. 노대통령의 발언은 햇볕정책에도 어긋난다 그래서 틀린 발언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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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oins.com/article/2366929.html?ctg=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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