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승리에도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 6점 준 정지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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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에이스로 성정중인 정지석. [연합뉴스]

대한항공의 에이스로 성정중인 정지석. [연합뉴스]

"100점 만점에 6점입니다."

15일 인천 삼성화재전에서 승리한 뒤 만난 대한항공 정지석은 '자신의 활약을 점수로 평가해달라'는 부탁에 냉정하게 평가했다. 개인최다 타이인 6개의 서브에이스를 올렸고, 팀도 3-0 완승을 거둬 승점 3점을 따낸 걸 감안하면 굉장히 낮은 점수였다. 그는 "서브득점이 6개니까 6점이다. 그것 외에는 잘 한게 없다"고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했다. 이날 정지석은 15개의 공격을 시도해 5개 성공에 그쳤다. 블로킹에 걸린 건 3개, 범실도 하나 있었다. 공격효율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리시브와 수비도 평소보다는 떨어졌다. 정지석은 "서브에 가려져서 그렇지 경기 내용은 잘 안 풀렸다. 경기 초반 공격할 때 상대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리듬이 깨졌다. 좀 더 과감했어야 했는데 코스도 단순해졌다. '왜 안 돼지'란 생각에 범실과 공격 차단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혼자 꿍해있었는데 팀원들이 '바닥을 쳤으니 다음 경기에서 잫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터닝포인트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지석은 15일 삼성화재전에서 개인 최다 타이인 6개의 서브득점을 올렸다. [연합뉴스]

정지석은 15일 삼성화재전에서 개인 최다 타이인 6개의 서브득점을 올렸다. [연합뉴스]

박기원 감독은 경기 중 정지석을 교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든 이기든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선수다. 에이스로 커주길 바란다. 에이스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을 이끌어야 할 선수로서 좀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뜻이다. 정지석도 잘 안다. 그는 "감독님이 저를 많이 믿어주신다. 프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승리가 필요하다. 백업선수를 넣어서 휴식을 주고 지면 책임은 감독님이 져야 한다. 감독님이 저희에게 미안해하고. 경기 뒤 간단한 미팅에서도 이겼지만 힘들어하셨다.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브 뿐이라고는 했지만 정지석의 그 서브가 승리를 가져온 건 분명하다. 정지석과 비예나(서브득점 3개)의 서브에 삼성화재 리시브 라인이 무너지면서 경기 흐름이 대한항공에 넘어왔다. 정지석은 "상대를 괴롭히려고, 목적타 서브를 구사했다. 내 서브에 많이 부담을 가지는 것 같다 리시버 사이를 공략하면서 가끔 강하게 쳤다"고 했다. 이어 "리시버들이 힘이 들어가면서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가볍게, 가볍게 넣었는데 운도 따라 에이스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야구에서 느린 변화구를 던진 뒤 빠른 공을 던져 타이밍을 빼앗는 것처럼 서브 속도 차를 줘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MVP에 오른 정지석은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다. 다른 팀에서 지켜보다 함께 뛰고 있는 세터 유광우에게 정지석의 장단점을 물었다. 유광우는 "장점은 정말 많다. 두루두루 잘 한다. 리시브도 잘 하고 실력있는 선수"라며 "단점이라면 자기 잘못을 너무 깊게 파고드는 부분이다. 당연히 실수도 할 수 있는데 그걸 붙잡고 있는게 안타깝다. 그 점만 고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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