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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 손흥민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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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승현 기자 중앙일보 사회 디렉터
김승현 논설위원

김승현 논설위원

말 그대로 ‘손세이셔널’이다. ‘손흥민+센세이셔널(sensational)’이라는 별명답게 손흥민(27)은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8일 73m 폭풍 드리블에 이은 골은 축구 종가 영국에서도 ‘월드클래스’(월클)라고 찬양한다. “운 좋게 공간이 나왔다. 내겐 모든 골이 중요하다”는 소감도 고품격이다.

‘월클’ 수식어가 처음은 아니지만, 손흥민은 매번 업그레이드된다. 지난달엔 ‘월클 매너’가 화제였다. 다친 안드레 고메스(26·에버턴) 선수의 쾌유를 비는 기도 세리머니 때문이다. 백태클로 인해 발목이 골절된 고메스를 보고 오열했던 손흥민은 이후 ‘쾌유를 빈다. 너와 너의 가족, 동료들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는 사과 문자를 보냈다.

기술과 매너에서 최고로 평가받기까지 남모르는 눈물이 있었을 것이다. 축구 선수 출신 아버지는 춘천의 한 초등학교 훈련장에서 손흥민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고 한다. 당이 떨어져서 공이 두세 개로 보일 때까지 슛을 하고,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먹은 뒤 다시 공을 찼다. 그가 감아 차면 막을 수 없는 공간이라는 ‘손흥민 존’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18세이던 2010년엔 ‘리틀 차붐’으로 기대를 모으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다가 발가락 골절상을 입었다. 지난 6월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손흥민은 “치료받는 석 달 동안 최고의 기회를 놓칠 거라는 생각에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고 회고했다. 부상 이후 살이 쪄서 주전 복귀가 어려울 것이란 비난도 받았다. 다시 몸을 만든 고통과 눈물의 시간이 지금의 월드클래스 질주에 녹아 있는 것이다.

최고의 플레이어가 곁에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의 성공 스토리가 실의에 빠진 한국 청춘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인생골’을 넣은 손흥민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김승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