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의류·신발유통업체, 임금 안 주려 '근로시간 꺾기' '스텔스 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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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통망을 갖춘 의류·신발 유통업체들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적게 주려 근로시간을 조작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가 9월 1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유통업체 8곳을 수시 근로감독한 결과다. 고용부는 8개 업체에서 54건의 노동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연장·야간 근로수당 14억원을 떼먹는 등 18억원의 임금체불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수당을 적게 주려 근로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업무 종료 시간 이전에 강제로 퇴근 시키는 이른바 '근로시간 꺾기'를 동원했다.

A 업체는 근무표에 적힌 연장근로수당만 고정적으로 주고, 그 이상 일한 분에 대해서는 묵살했다. 이런 식으로 떼먹은 임금이 6억6000만원에 달했다. B 업체는 출퇴근 전산시스템에 직원 683명의 연장·야간 근로시간을 실제 일한 시간보다 적게 입력해 7700만원을 체불했다. C 업체는 30분 미만의 연장근로는 일한 것으로 보지 않고 수당(2100만원)을 주지 않는, 이른바 '스텔스 근로'를 시키다 적발됐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식대 등을 주지 않는 차별 사례도 5곳 드러났다. 비정규직에게 주지 않은 임금은 1억5000만원이었다.

고용부는 "전국 단위의 체인형 유통업체 가운데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인사노무관리 운영실태가 양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로감독 대상 업체 8곳 가운데 두 곳에서만 노동법 위반 22건에 임금체불액 16억원이었다.

고용부는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조치를 지시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사법처리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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