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동포들 한국방송 즐겨들어"-한민족체육대회 중국팀 선수단장 김용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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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이 발전했다는 얘기는 듣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습니다. 포항제철소의 거대함도 그렇고 즐비하게 늘어선 고층빌딩에 차량홍수…시골에도 가봤는데 초가집이 없더군요』
제1회 한민족체육대회 개막식을 마친 뒤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틀 호텔 환영식장에 참석한 중국선수 단장 김용철씨(60)는 흥분된 표정으로 그러나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 체육총회 부주석으로 1백50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내한한 김씨는 고향이 함북으로 연변의과대를 졸업했고 부인은 방송국에 근무하는 한인지도층 인사.
『동포들이 따뜻이 맞아줘 정말 고맙습니다. 언어가 같고 날씨나 습관, 음식까지 비슷해 생전 처음 와보지만 전혀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지가 않아요』
김씨는 연변에는 2백만 명의 한인이 살고있어 일상생활에서 거의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남·북한 방송을 모두 들을 수 있지만 북한방송은 내용이 단조롭고 구호일색이어서 대부분의 동포들이 남쪽의 방송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팀이 몇 등이나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씨는 『한민족 체육대회는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동포들이 모여 「뿌리」를 확인하고 동포애를 느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등수는 중요치 않다』며 『그러나 지난해 올림픽 직후부터 서울에서「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김씨는 또 『연변에서는 「목포의 눈물」「두만강」 등 흘러간 노래들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를 이어가며 애창되고 있다』고 전한 뒤 『머무르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보고 느껴 연변의 동포들에게 전해주겠다』고 다짐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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