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순찰하며 먼저 손 내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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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17일 오후 3시 20분쯤 부산 동구 범일동 성남초등학교 주변을 순찰하던 경찰관이 조현병을 앓던 A씨(30)를 발견했다. A씨는“무장 강도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며 횡설수설하다 “돈이 없어 생계가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오른팔에 심한 상처가 있던 A씨를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이어 동구청 복지지원과에 연락해 상처와 조현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입원 조치했다. 직업과 보호자가 없던 A씨가 지속해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도 해줬다.

부산경찰청 ‘이웃순찰제’ 확대 #“주민 민원 해결 편해졌어요”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7일부터 전국 처음으로 동부·동래·금정경찰서 3곳에서 한 달간 시범 운영한 이웃순찰제를 부산 13개 경찰서에 확대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이웃순찰제가 시민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아서다.

이웃순찰제는 주민과 친화력이 높은 경찰을 이웃경찰관으로 선발해 동네 구석구석 돌며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제도다. 범죄 예방을 위해 단순히 동네 순찰만 하던 기존 도보 순찰과 달리 주민에게 다가가 민원 사항이 없는지, 치안 불편사항은 없는지 물어보고 해결하는 적극적인 치안 행정이다.

경찰은 경찰서 3곳에서 이웃경찰관 107명을 뽑아 한 달간 시범 운영한 결과 총 717건의 민원을 접수해 671건을 즉시 해결했다. 나머지 46건은 내사에 착수하거나 지자체와 협의해 해결에 나섰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평소 경찰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도 찾아가기 쉽지 않았다”며 “경찰관이 가게를 방문해 먼저 말을 걸어줘 민원사항을 얘기하기 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제도 확대 시행을 위해 13개 경찰서에서 이웃경찰관 517명을 뽑았다. 경찰은 시범 실시 기간 지적된 문제점을 반영해 순찰 경찰관의 휴대 장비를 간소화하고, 민원을 해결했다고 표창을 주는 식인 성과 중심의 평가는 하지 않기로 했다. 관할 구역이 넓어 이 제도 시행에서 빠진 강서·기장경찰서는 도보 순찰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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