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민주주의 태동기"주한 교황청 대사-디아스 대주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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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평화는 협상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화해와 용서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며 민주주의는 외부의 변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 화합과 이해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는 10월4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44차 세계 성체대회를 앞두고 두 번째 한국을 방문하는 요한 바오로2세, 교황 영접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반 디아스 주한교황청대사(53·대주교)는『서울의 성체대회는 과거 어느 대회보다도 평화와 축복이 충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아스 대사는 성체대회의 서울개최의의 및 한국 가톨릭의 사회참여문제 등에 대해 비교적 거리낌없이 자신의 솔직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번 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한국은 이미 1백3위의 성인을 배출한 가롤릭 국가일 뿐 아니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이고 특히 분단의 아픔이 교차되는 곳이어서 성체대회 개최지로는 최적지라고 생각합니다』
-교황께서 이번 서울방문기간동안 한국의 정치 및 인권상황에 대해 언급하거나 성명을 발표할 계획은.
『이번 세계성체대회는「한국을 위한」대회가 아니라「한국 안에서 열리는」대회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성하께서 한국에 관해 언급하신다면 그것은 세계공통의 제 문제를 포괄적으로 언급함으로써 한국문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형식을 빌리게될 것입니다』
-문규현 신부 방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혹시 교황께서 문 신부와 임수경양을 만날계획은 없는지요.
『사제는 주교의 허락없이 어떤 일도 해서는 안됩니다. 사제는 또 어떤 정치적 행위에 연루되어서도 안됩니다. 문 신부는 이 두 가지 점을 간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성하께서는 문 신부와 임양을 만날 계획이 없습니다.
문 신부의 방북이 바티칸의 원칙, 즉 사제가 지켜야 할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문 신부의 행동은 바티칸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 신부의 방북은 정치적 행위가 아닌 하느님의「사랑의 역사」를 몸소 실천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없지 않은데….
『사제가 사랑의 계시를 받았다면 그 실천은 교회를 통한 것이어야 합니다. 주교의 뜻에 순명치 않고 혼자 나선다면 이는 교회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문 신부가 좋은 의도를 갖고 방북했으리라 믿지만「좋은 의도」가 때론 큰 실수를 유발할 수 있고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요즘의 한국사회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은 민주주의의 맹아기, 다시 말해 유치원생 정도라 볼 수 있죠. 그런데 마치 대학생인 것처럼 행동하려 합니다. 남의 말에 귀기울이는 문화,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한국에 있어선 데모크라시(민주주의)가 데모크레이지(시위를 일삼는 것)로 바뀐 것 같아요』<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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