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鄭사장 "宋씨 다큐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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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과 9월 각각 '일요스페셜'과 '한국사회를 말한다'프로그램에서 송두율씨 관련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던 KBS가 코너에 몰렸다. 그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영방송이 그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어서다. 게다가 2일 송두율씨의 기자회견을 중계하지 않아 그간의 호의적 시각과 대비되는 '표변'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정연주 사장은 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추궁받자 "시청자들에게 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鄭사장은 "이 같은 사과발표를 TV뉴스에도 내보내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올리겠다"고 덧붙였으나 사과문을 이날 9시 뉴스에서 방송하지는 않았다.

더 이상의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선지 이날 낮 있은 송두율씨의 기자회견을 다른 방송국과 달리 아예 중계하지 않았다. KBS 측은 이와 관련, "宋씨는 일단 범법자로 추정되는 인물"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런 인물의 육성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보다 기자가 한번 걸러서 뉴스로 보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간 송두율씨에 관한 보도 태도와 상당히 다른 신중한 접근이란 점에서 KBS의 당혹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KBS는 지난 5월 11일 '일요 스페셜-송두율 교수의 경계도시'에서도 김철수가 아니라는 본인의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또 지난달 27일 방영한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귀향 (歸鄕), 돌아온 망명객들'편에서 "2000년에도 정부의 준법서약서 요구로 마지막 순간에 귀국이 좌절되고 말았던 송두율 교수. 그로선 30여년간 민주.통일운동에 몸 바쳐온 자신의 삶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는 등 호의적인 시각에서 평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KBS의 태도 변화에 대해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장호순 교수는 "이미 KBS가 주요 뉴스로 송두율씨를 다뤘고, 특집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한 마당에 당연히 시청자들이 뉴스 추적을 할 수 있도록 그의 기자회견을 가감 없이 생중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MBC도 이날 송두율씨의 기자회견을 방송하면서 일문일답 도중 생중계를 끊어 눈길을 끌었는데 MBC 측은 "김병현 선수가 나오는 메이저리그 야구경기 중계 때문이었다"면서 "중계를 하고 있다가 宋씨 때문에 방송을 중단했는데 시청자들의 욕설과 비난이 쇄도했다.

그래서 빨리 끊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일문일답 전에 끊으면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두 명 정도 진행한 뒤 방송을 끊었다"고 밝혔다.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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