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시아, 북한에 미안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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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2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문을 보내 수해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했다.

후 주석은 "북한 일부 지방에서 심각한 홍수로 인한 재해가 발생,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이 났다는 소식을 알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대신해 깊은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노동당과 정부의 영도 아래 재해를 당한 주민들이 손실을 극복하고 조기에 재건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북한에서는 16~17일 황해남도와 강원도를 비롯한 일부 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큰 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발표되지 않았다.

북한과 중국 정상 간에는 상대국의 국경일이나 재난 등을 두고 전문으로 축하나 위로를 하는 게 관행이지만 이번은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통과 이후 양국 관계가 서먹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수해가 발생한 북한에 구호물자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어색해진 북한과의 관계를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밀어붙이고 있는 5자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21일 중국을 방문한 니시다 쓰네오(西田恒夫) 일 외무차관과의 면담에서 "북한과 관련된 모든 회담은 6자회담 당사국들 사이에서 열려야 한다"고 말해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도 북한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2일 방북 중인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 사장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전통적인 양국 관계의 증진을 강조하는 동시에 안보리 대북 결의안 통과의 불가피성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고,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쿠닌 사장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푸틴이 이런 인물을 평양으로 보내 김 위원장의 불편한 심기를 다독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의 한 북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최근 미사일 사태 와중에 푸틴 대통령에게 역시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친서를 보냈다"며 "이번 푸틴의 친서는 거기에 대한 회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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