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동안 고작 3번만 맞혔다...증권사 전망치, 역이용 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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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증권사들이 내년 주식시장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9년 동안 증권사의 연간 전망치가 단 3번만 적중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예측불가능한 변수 언제 나올지 몰라 #"한국만 못하는 게 아닌 글로벌 현상" #"공포심리로 급락, 오히려 매수 기회"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고, 증권사의 전망치가 시장에 반영된 탓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전망치가 이처럼 빗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보니 "어차피 틀리니 오히려 역이용하자"는 제안까지 나온다.

28일 바로투자증권이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증권사의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취합해본 결과 2001년, 2006년, 2012년을 제외하고 모두 최고·최저 전망치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저 전망치의 예측이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19년 동안 실제 코스피지수 연중 최저치가 증권사 최저 예측치 밑으로 떨어진 경우는 11번에 달했다. 반면 코스피 연중 최고치가 증권사 최고 예측치 위로 올라선 경우는 7번이었다.

바로투자증권이 제시한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주가가 하락할 때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추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최고 예측치보다 최저 예측치가 잘 안 맞는 경향이 나타난다.

두 번째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시장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령 애널리스트들이 공통적으로 5월에 코스피지수가 상승한다고 예측하면 투자자들은 그 전에 주식을 사들여 주가가 먼저 오른다는 설명이다. 이는 5월에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주식을 샀는데, 정작 5월이 되면 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마지막으로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 등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변수의 등장이다. 바로투자증권은 "이런 요인들 때문에 한국 증권사는 물론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 증권사들의 예측치도 매번 틀린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증권사들의 전망치는 무용지물일까. 이상민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이용을 제안했다. 이 연구원은 "증권사는 기업들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을 보고 전망을 하는데, 공포심리로 이보다 더 떨어졌다면 매수기회로 삼는 게 좋다"며 "또 증권사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제시한 시나리오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증권사 전망치가 왜 틀리느냐고만 할 게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와 최상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애널리스트들의 논리를 살펴보고 시장을 이해하는 게 투자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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