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송두율] 입 다문 康법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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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모아 기도하는 포즈를 취했다. 기자들이 "지난번에 '송두율씨가 김철수라고 해도 사법처리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는데 입장이 뭐냐"고 묻자 "말할 게 없다"고 답변을 피하다가 질문이 계속되자 묘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자신의 난처해진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달 22일 서울지검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宋씨가 김철수라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겠나. 정치국원보다 더 높은 사람도 (우리나라를) 왔다 갔다 하는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1일 국가정보원이 "宋씨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공작금까지 받아 친북 활동을 했다"고 발표하면서 여론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강경 기류가 형성되자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康장관 측은 지난달의 발언이 법무부의 공식 입장을 밝힌 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宋씨가 독일 국적의 외국인이어서 형사처벌하면 외교 마찰이 빚어질 수 있음을 원론적으로 내비친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의 한 측근은 "장관이 개인적으로도 宋씨의 이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도 宋씨의 책을 읽어 봤는데 친북 성향이 더욱 강하더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분간 宋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몇몇 법무부 간부들은 그에게 "지난달 발언으로 빚어진 오해를 잠재우기 위해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얘기하면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수 기자<pinejo@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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