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너절한 남측 시설’…정부 “北 요청하면 언제든 협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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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금강산관광지구 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23일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합의 정신, 금강산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북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금강산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 대변인은 “북한의 보도매체를 통해서 관련된 의견들이 나왔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북측의 의도와 구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일단 지금으로서는 언론매체 통해 보도된 것이기 때문에 의도와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매체에 보도된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서 “건물들을 피해지역의 가설 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여앉혀 놓았다”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한국 “‘너절한 대북정책’ 폐기하라”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감을 표시하며 남북 모두 교류 협력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를 고리로 정부의 대북정책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남북 교류와 평화의 대표적 상징인 금강산 관광인 만큼 북측의 조치는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오랜 시간의 반목과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하는 길에는 남북 모두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남과 북은 차분한 진단과 점검을 통해 남북 상호 간 교류와 협력을 진척시키기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주체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아직도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목을 맨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말로만 평화를 외치지 말고,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안보와 동맹을 챙기라”고 촉구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성과가 있는 것처럼 얘기한 평화 구호는 얼마나 허구인가”라며 “그동안 각종 평화 제스처가 말 그대로 ‘쇼’일 뿐이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너절한 평화경제’를 고집하는 문재인 정부에 북한이 ‘너절한 남측 시설 철거’로 응답했다”며 “남북관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결과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는 악담뿐인가. 이제는 ‘너절한 대북정책’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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