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자"끝내 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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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사고순간=사고버스 둘째 줄에 앉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서용철씨(50·농업·전북 진안군 주천면)는『차가 갑자기 언덕을 빨리 달려 내러가 운전사에게「천천히 가자」고 소리치자 운전사가「의자를 꽉 잡으세요」라고 세 번째 고함치는 순간 난간을 들이받는「꽝」소리와 함께 차체가 기울면서 곤두박질, 승객들의 비명 속에 세 바퀴 정도 구를 때 창문 밖으로 퉁겨져 나가 살았다』고 말했다.
전북 기계공고 2년 강인수군(18)은『내가 퉁겨져 나온 후에도 버스가 계속 몇 차례 굴러 퉁겨져 나온 승객들을 차체로 깔아 사망자가 더 많았다』고 처참했던 사고순간을 말했다.
◇현장=버스가 10여 차례 구르며 1백m 아래 산기슭으로 곤두박질치는 동안 퉁겨져 나온 승객들이 곳곳에 쓰러져 신음하고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부상자들의 고함소리로 순식간에 아비규환을 이뤘다.
사고차량은 앞바퀴가 모두 빠지고 윗 뚜껑 부분이 완전히 날아간 채 박살이 났다.
◇승객=대부분 추석연휴를 마치고 전주·군산 등으로 돌아가던 주민들이었으며 특히 인근도시에서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이 많았다.
◇수사 및 대책=경찰은 일단 정원을 훨씬 초과한 사고차량이 4단 기어를 넣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자주 밟아 라이닝 과열로 브레이크가 파열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사고업체인 전북여객의 정비일지 등을 압수, 조사중이다.
◇사망자=▲김정애(56·여·진안군 주천면 신양리 863의5) ▲김대종(35·전주시 송천동)▲김정수(18·진안군 주천면 신양리) ▲임채승(9·전주시 서신동) ▲유차례(73·여·전주시 행자동1가133) ▲기해진(19·여·진안군 진안읍 연장리) ▲박영배(17·진안군 부귀면) ▲이기철(27·진안군 부귀면 오룡리156) ▲임재윤(19·진안군 정천면 갈운리 1541) ▲강경순(48·여·진안군 정천면 갈룡리 519) ▲정영조(8·여·전주시 인후동) ▲안영례(20·여·진안군 정천면) ▲정근애(70·여·진안군 주천면) ▲강신숙(29·여·군산시 개정동 485) ▲이진철(68·진안군 주천면 주양리) ▲이현자(18·여·전주시 중노송 2동342의9) ▲김현주(17· 진안군 주천면 무능리 양촌마을) ▲박헌길(46·전주시 진배1동 826의4) ▲유기열(18·진안군 주천면 운봉리) ▲안한관(12·진안군 상전면 용평리 35) ▲이 모씨(최병윤씨의 어머니·77·여·진안군 주천면 운봉리) ▲최복님(52·여·진안군 주천면 주양리) ▲서중석(l8·진안군 정천면 월평리) ▲이정자(38·여·전주시 중노송동 335의38) ▲임채호(19·진안군 정천면 갈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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