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토와 의원품위론|노재현<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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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삼 국회의원의 품위를 둘러싼 시비가 시끄럽다.
민주당 박재규 의원이 뇌물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게 되더니 또다시 야당 모 의원의 대마초 관련 설이 퍼지고 있다.
이밖에도 이권에 개입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의원이 3명이라느니 6명이라느니 하는 소문이 야당 가에 퍼지고 있고, 관련공직자 징계 설까지 겹쳐 파문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경원 의원 밀입북사건이 공안회오리를 몰고 오더니 이번 의원윤리문제가 또 어떤 문제로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파문이 일어난 시점이 하필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어 이것이 야당의원들의 목을 죄는 고리가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박 의원 구속동의요구에 이어 국정감사자료유출혐의를 받고 있는 박석무 의원에 대한 징계동의 안이 제출된 것을 두고 더욱 그런 해석들을 하는 것 같다.
민정당 쪽에선 거기엔 아무런「정치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이 문제는 검찰의 수사에서 비롯된 만큼 정치와 수사는 별개라는 것이다.
평민·민주당이 이런 문제들에 공동 대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의원 개개인의 자질에 관한 문제』라며 당에서 나설 일이 아니라고 사태를「법대로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평민·민주당은 민정당의「정치적 저의」를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다.
야당 측 주장으로 박재규 의원사건 등에서도 ▲고발인보다 피고발인을 먼저 조사하고 ▲피의 사실을 언론에 마구 공 표한 수사당국의 문제점 ▲고발인의 과거행적이 매우 석연치 않은 점 등을 들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공작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최근 있은 김대중총재의 입건이나 동해재선거 후보매수사건의 사후처리를 보면 정부측이 과연 법을 엄정하게 적용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의원들이 그와 같은「공작」의 구실을 제공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것이 사회전반에 만연한 부패현상의 한 단면에 불과한 것인지는 모르나 최근 의사당주변에「6공 비리」에 관한 온갖 추문들이 떠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원 나름으로 반성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의원윤리헌장을 만들어 청렴의 의무를 보다 강조하고 정치자금법도 현실에 맞게 개 정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하는 방식에 대한 의식의 개혁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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