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 믿어도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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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 경기가 7월 들어 회복기미를 보였다 한다. 경제기획원은 그 동안 하향추세를 보이던 몇 가지 경기관련지표들이 방향을 바꾸어 소폭이나마 상승추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하고 지금의 경기후퇴가 작년 2월부터 시작된 만큼 과거의 경기순환패턴에 비추어 지금쯤 회복국면이 시작될 때라는 분석까지 덧붙였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직접 산업일선에서 생산·수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과연 이 같은 회복움직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은 정부가 경기회복을 진단한 7월 이후 벌써 2개월이 지났는데도 업계에서 들리는 소리는 계속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발표한 7월중 경제동향보고내용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밝은 측면보다 어두운 측면이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생산·출하 증가율은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고, 특히 수출용 출하는 올 들어 가장 낮은 12·7%의 감소를 보였다.
투자관련지표도 전체 건축허가면적은 73·9%가 늘었다지만 그 중공업용은 오히려 18·3%가 감소했으며 국내기계 수주도 전체로는 49·9%가 늘었다 하나 내용을 뜯어보면 공공부문의 수주가 3백90·4%나 늘어난 반면 민간 제조업으로부터의 기계수주는 오히려 8·2%가 감소했다.
그런가 하면 내구재 소비증가율은 24·4%라는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한다.
결국 우리경제는 경기회복의 관건이 되는 수출과 투자는 계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상업용·주거용 건축과 국내 소비증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거듭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한나라 경제가 건전한 성장을 하려면 민간경제, 그 중에서도 제조업이 활기를 띠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처럼 국내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외국에서 필요한 원자재를 들여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가공, 수출하는 것만이 지속적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 제조업의 생산·수출·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은 경제흐름의 방향이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 같은 우려를 깊게 해주는 또 한가지 사실은 고용구조의 변화와 대졸인력의 취업난이다.
경제기획원 조사에 따르면 7월 들어 제조업 고용인원은 전달에 비해 4만4천명이 감소한 반면 서비스산업분야는 6만 명이 늘었다 한다.
물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 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근로자들의 이동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제조업을 떠남으로써 산업생산에 차질을 주게 된다면. 이는 불가피한 추세라고 방관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이같은 고용구조의 변화와 함께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이제까지 대졸고급인력을 가장 많이 흡수해 온 대기업이 투자위축과 수출부진으로 올해 신규채용계획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대졸인력의 신규취업자수는 작년보다 5∼6%가 감소, 올 취업전선은 80년대 들어 가장 좁은 문이 될 것이라 한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같은 여러 가지 사실에 우려와 관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경제가 보여주는 모습이 순조로운 성장보다는 속이 비고 뒤틀린 형상을 점점 크게 노정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책입안자들도 이 같은 사실에 유념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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