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 방어한 외환당국…상반기 38억 달러 순매도

중앙일보

입력

한국은행이 30일 올 상반기 외환시장 개입 규모를 공개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 [뉴스1]

한국은행이 30일 올 상반기 외환시장 개입 규모를 공개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 [뉴스1]

외환당국이 올 상반기 외환시장에서 38억 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달러당 원화가치가 급락하자 외환당국이 보유한 달러를 팔아치우며 방어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이 30일 오후 홈페이지에 공개한 ‘외환시장 안정조치 내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올 1~6월 서울외환시장에서 38억 달러를 순매도했다. 이 내역은 총매도액에서 총매수금액을 뺀 순거래 금액으로, 실제로 매수·매도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은은 구체적인 개입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의 급격한 쏠림현상이 있을 때 시장안정화조치를 한다는 것이 외환당국의 대전제”라며 “환율이 급하게 움직일 때 개입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고만 설명했다.

올해 들어 달러당 11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원화가치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급락해 5월 17일엔 1200원 선에 근접했다(종가 기준 1195.7원). 한달 만에 원화가치가 5% 넘게 추락하는 상황이었다. 외환당국이 보유한 달러를 팔아치우며 시장에 개입한 시점도 이 시기로 추정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실제 매도금액은 한은이 공개한 수치보다는 훨씬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민간 전문가는 “5월에 외환당국은 달러당 1200원 선이 깨지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적극 개입했다”며 “다만 순매도금액이 너무 크면 곤란하기 때문에 이를 희석하기 위한 거래를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외환당국이 4, 5월 달러를 대거 팔아치운 후 다시 6월 말이 되기 전에 달러를 사들여 순거래금액(순매수-순매도)을 적정 수준으로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38억 달러의 순거래 규모는 별 문제되지 않을 만한 수준이다. 미국 재무부가 정한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중엔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6개월 이상 순매수하는 것이 포함돼있다. 한국의 GDP 규모(1조5302억 달러)의 2%는 약 306억 달러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은 7, 8월에도 상반기 못지않게 이어졌다는 것이 외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다른 외환 담당 애널리스트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당국자들이 급격한 환율 변동 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 7, 8월에도 당국의 개입 움직임이 많이 포착됐다”며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3분기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실매수·매도 금액 같은 추가 정보를 공개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반기에 한 번 발표했던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올 3분기부터는 분기에 한 번 발표한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 적응 기간을 고려해 시장안정조치 내역 공개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며 “올 3분기 내역은 12월 말, 4분기는 내년 3월 말에 분기별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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