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주기로 한 9월 말 넘기는 정부…北은 ‘묵묵부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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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군산항에서 북한 수재민에게 전달할 쌀을 배에 선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0년 군산항에서 북한 수재민에게 전달할 쌀을 배에 선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에 국내산 쌀 5만t을 전달하기로 한 최종 기한이 30일로 만료된다. 하지만 북한은 국내 쌀 수령 여부와 관련해 공식 답변을 29일 현재까지 주지 않고 있다고 정부 당국자가 이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는 게 우선인 만큼 쌀 지원 계획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예정한 쌀 지원 기한을 넘기게 됐지만, 다음 달에도 관련 협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정부 쌀 5만t 대북지원 ‘시계제로’ #‘7월 말 시작, 9월 내 완료’ 무산 #北 공식 입장 전까지 쌀 지원 계획 유지

통일부는 지난 6월 19일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국내산 쌀 5만t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WFP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세부적인 전달 계획도 마련했다. 여기엔 선박 계약, 수송 경로, 쌀 지원 시기 등이 포함됐다. 쌀 지원 시기와 관련해선 7월 말 1항차(5만t 중 첫번째 선박) 출발을 시작으로 춘궁기인 9월 말 쌀 전달을 완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당시 “과거 사례로 보면 5만t가량을 전달하는 데 2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춘궁기인 9월 이내에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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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장관이 6월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쌀 대북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6월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쌀 대북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하지만 7월 24일 북한이 WFP와 협의 도중 한·미 연합훈련을 핑계로 남한 쌀 수령 거부 의사를 내비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당장 7월 말 1항차 출발 계획이 무산됐다. 이어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되는 8월 20일까지 쌀 지원 관련 모든 절차가 ‘올스톱’됐다.
이에 통일부는 WFP와 업무협약을 들어 ‘9월 안에 쌀 전달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지난달 내내 반복했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는 ‘9월 내 쌀 전달이 어렵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쌀 수령 관련 공식 입장을 요구하는 정부 요청에 북한이 두 달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쌀을 보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산 쌀 5만t 분량의 쌀 포대 130만 장을 미리 제작하고, WFP에 사업관리비용 명목으로 1177만 달러(약 140억원)를 송금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본지 17일자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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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북한이 쌀 수령 의사를 끝내 밝히지 않을 경우 WFP에 송금한 사업관리비용 약 140억원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 시점에선 북한의 쌀 수령 공식 답변을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는 방침이다. 조만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진행되면서 남북관계 관련 북한의 입장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초 WFP와 약속한 9월 내 쌀 전달은 어렵게 됐지만, 북한 입장이 확인안 된 상황에서 지원절차를 종료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북미 3라운드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전 북한 베트남 대사.[중앙포토]

북미 3라운드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전 북한 베트남 대사.[중앙포토]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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