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맥주의 한국 수출액이 전달보다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등 자국 제품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보인다. 맥주뿐 아니라 한국에 수출되는 일본 주류 전체의 수출액이 급감했다.
27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8월 무역통계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산 맥주 수출액은 지난 7월 6억3943만엔(약 71억원)에서 5900만엔(약 6억5,5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한 달 사이에 수출액이 무려 92.1%나 줄어든 것이다. 일본 맥주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한국에서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 뿐 아니라 일본에서 ‘니혼슈(日本酒)’로 불리는 청주(淸酒)도 지난달 한국에 7510만엔(약 8억3400만원) 정도 수출됐다. 전달(1억1520만엔·약 12억 7900만원)보다 34.8%나 감소한 수치다.
불매운동 여파…청주는 35%↓ #韓 관세청 통계로도 급감 확인 #2009년 이후 10년만 수입국 1위 내줘
물론 무역 통계 분석에 쓰이는 ‘전년 동월 대비’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라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급감 현상에는 계절적 영향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동 폭이 워낙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매운동의 여파가 크게 미쳤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실제로 NHK는 일본 식품 및 음료의 지난달 한국 수출액에 대해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40.6% 감소했다”고 전했다.
국내 통계로도 이 같은 변화는 알 수 있다. 지난 1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22만3000달러로 전체 수입 맥주 중에서 13위였다.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8월(756만6000달러)에 비하면 3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 맥주는 2009년 1월 미국 맥주를 제치며 1위 자리로 오른 이후 올해 6월까지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수입액이 434만2000달러로 벨기에와 미국에 이어 3위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에는 브랜드가 일반 소비자에게 낯선 프랑스(29만7000달러·10위)와 멕시코(25만5000달러·11위), 홍콩(24만4000달러·12위)에도 밀려났다. 지난달에는 중국 맥주가 462만1000달러어치 수입되며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맥주는 최근 칭따오 등 브랜드의 인기로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