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국 축구 언제까지 땜질식으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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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기자간담회. 자리가 모자라 많은 기자가 서 있어야 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취재진의 질문은 대부분 독일 월드컵에서 나타난 딕 아드보카트 전 감독의 작전에 관한 것이었다. ▶토고전 후반에 공을 돌린 이유 ▶경험 많은 이을용 대신 이호를 중용한 이유 ▶스위스전에서 움직임이 좋지 않았던 박주영을 끝까지 기용한 이유 등이었다. 이에 대해 이영무 기술위원장과 참석한 기술위원들은 "원정 첫 승이 중요했을 것"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이호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것" "박주영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교체하지 못했을 것" 등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16강 탈락 이후 이런 내용에 대해 아드보카트 감독의 의견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아드보카트가 떠나기 전날 점심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눴다"고 답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 월드컵 16강 달성을 위해 조 본프레레 감독을 경질하고 연봉 12억 원에 데려온 '청부사'였다. 조별리그 1승1무1패를 기록했지만 목표였던 16강에는 오르지 못했다. 성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드보카트가 겪은 시행착오를 교훈으로 활용하기 위해 아드보카트로부터 철저한 소명을 받아냈어야 했다.

한국은 외국인 감독으로 두 번째 월드컵을 치렀다. 2002년에는 4강의 업적에 도취해 거스 히딩크 전 감독에 대한 찬사로만 일관했다. 4년 후 차분히 허실을 따져야 할 성적표 앞에서 한국 축구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아드보카트는 짤막한 인사만 남긴 채 떠났다.

언제까지 외국인 감독에게 땜질식으로 축구대표팀을 맡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거액을 들여 초빙하는 외국인 감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냥 손 놓고 있었다 하더라도 국내 지도자들을 위한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선진 훈련방법과 전술.전략, 선수 운용 방법 등 축적된 정보만이 한국 축구와 지도자의 수준을 올려놓을 수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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