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청산 이젠 끝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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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공 청산문제는 야당들이 새삼 목청을 높이는 대로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이제 그 시한도 더 늦출 수 없음은 명백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문제에 결말을 내야 한다.
우리는 공안정국의 분위기 속에서 지난번 민정당 일부에서『5공청산은 이제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왔을 때 개탄을 금치 못했고, 정부·여당이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소극적·부정적 입장을 보이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해 왔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루는 야당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우리는 석연 찮은 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들이 5공 청산을 강력히 쟁점으로 부각시키면서 이번 정기 국회 안에 반드시 이 문제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백 번 옳은 말이다. 5공 청산 없이는 어떤 정치현안의 해결도 어렵다는 야당 측의 주장도 공감이 간다.
그렇다면 이토록 막중한 5공 청산문제에 대해 야당들은 그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지난 봄·여름동안에는 심드렁해 있다가 이제 와서 무슨 강조주간이라도 맞은 것처럼 다투어 5공 청산을 고창 하는 야당의 자세를 보면 당략적 사고방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5공 청산이 당리당략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은 우리가 누누이 지적해 온 바다. 그런데도 야당들이 이 문제를 다루는 자세를 보면 대여 정치공세용으로, 또는 야당성과시용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또 한가지 지적할 일은 5공 청산문제는 이미 정부·여당이 혼자 할 일이 아니라 4당이 함께 할 일이 됐다는 점이다. 야당들은 입을 모아 정부·여당에 5공 청산을「요구」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청산을 않는다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또는 경고 결의안도 검토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야 4당이 협상·절충을 거듭 한지 벌써 1년이 지났고 어느 한 당에도 이미「남의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야당들은 자기들이 필요할 때만 불쑥불쑥 5공 청산을 외칠게 아니라 이 현실에서 국민이 납득할 가장 합리적인 청산방안이 무엇인지 주 견을 정하고 정부·여당을 그 방향으로 몰아세워야 한다.
야당의 정치적 호재라 하여 언제까지나 이용대상으로 삼으려는 자세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정부·여당도 이제는 이 문제에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여권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5공 청산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며 야당들과의 합의로 끝내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여-야 협상이 안되면 일방적으로 백서를 내겠다느니, 전·최씨 증언에 합의를 못 보면 기자회견으로 대신 하겠다느니 하는 민정당 내부의 발상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
5공 청산은 정부·여당이 끝났다 하여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끝났다고 해야 끝나는 것이고 그러자면 최소한 4당 합의로 끝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안일 것이다.
여야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늦추거나 회피하지 말고, 또 당략의 대상으로 삼지도 말며 대국적 견지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결말을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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