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드라마 긴박감 줄어 재미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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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인기리에 장수해온 양TV의 수사드라마가 수사물 특유의 긴장감과 현재적 생동감을 잃어가고 있는 인상이다.
수사드라마는 범죄행위를 던져놓고 경찰이 범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시청자도 함께 추리력을 발휘하며 긴박감을 만끽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포맷(형식)이다.
나아가 수사드라마는 범죄행위를 보여줌으로써 범죄에 대한 공포와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범죄예방에 도움을 주는 사회적 기능까지 거둬야 한다.
그러나 최근 MBC『수사반장』과 KBS『형사25시』는 이러한 본래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감이 짙다.
지난달 31일 방송된『수사반장-요정을 아시나요』는 의료사고로 딸을 잃은 한남자가 사고를 낸 병원장의 딸을 유괴해 살해하려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에 보복살인을 포기한다는 싱거운 미수극이었다.
드라마는 유괴 당한 6살 꼬마의 순진무구한 행동과 유괴범의 내면적 갈등에 전적으로 의존, 수사물로서의 특성이 끼어 들 틈이 없었다. 수사반이 유괴범을 알고서도 범인이 양심의 가책으로 어린이를 돌려보낼 것이라고 믿고 손놓고 기다리는 김빠진 드라마에서 쫓고 쫓기는 긴박감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29일 방송된『형사25시-스타가 될 때까지』역시 지나친 극적 구성에만 매달려 현실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한 여가수를 열애해 온 작곡가가 여가수를 미치게 한 방탕아인 음반업자를 역살하고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여가수마저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우선 연쇄살인이라는 범행에 동기를 부여하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드라마의 내용을 지나치게 복잡하고 극적으로 꾸며 현실감이 부족했다. 또 복잡한 내용을 나열하기에 급급, 앞뒤 연결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제는 진부해진 살인·강도행위를 억지로 엮어나가기보다 시대적 흐름에 맞는 신종범죄·조직범죄 등으로 소재를 확대해 가는 변신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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