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에 불똥 튈라 '미사일 문제 한정'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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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8일 "안보리 결의는 전체적인 대북제재를 결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만 언급하고 있다"며 "결의안을 준수해야 하지만 그 적용은 엄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드러난 정부 속내=이종석 장관이 KBS 제1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대북 결의 적용 신중론'에는 정부의 속내가 드러난다.

첫째는 대북 결의가 미사일 문제에 한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유엔 결의문이 특별한 경제제재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 장관의 시각이다. 이는 결의문 채택으로 자칫 개성공단 개발이나 금강산 관광사업에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민간업자(현대아산 등)가 시행하는 사업에 따른 임금.관광 대가는 미사일 문제와 무관하다는 입장 정리다.

둘째는 정부가 여전히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전력투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장관은 "(대북결의를) 과도하게 해석했을 경우 그 다음 실질적으로 일을 해결할 출구가 없다"며 "북한이 결국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셋째는 일본의 과도한 대북 조치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장관은 "일본은 선제공격론을 얘기하고 유엔헌장 7장을 강력히 주장했다"며 "그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또 "일본도 (대북 경제제재는) 유엔 결의문에 따라 하는 게 아니고 국내법에 의해 한다"고 덧붙였다.

◆ 북한 감싸기 부담 떠안나=정부는 무력 사용 여지가 담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었다. 그러다 완화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렇지만 막상 이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제한적이고 신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두고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동떨어진 대북 유화적 조치에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 결의보다 강한 대북 쌀.비료 지원 유보 조치를 취했다"는 정부의 주장을 유엔과 국제사회가 납득할지는 의문이다.

향후 남북관계와 관련해 갈팡질팡하는 태도도 문제다. 장관급회담 채널 조기 가동을 검토하던 통일부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이종석 장관은 "현재 필요성이 있다면 장관급회담 실무접촉도 할 수 있고 여러 대화통로를 활용할 수 있다"며 엇박자를 냈다.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한 8.15 통일대축전과 관련한 정부 입장도 비판을 받는다. 북한이 지난주 장관급회담에서 "남측 대표단이 성지(聖地.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장소 등) 방문을 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는데도 정부는 단호한 입장 대신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 장관은 "남북관계 일정과 관련해 미리 입장을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간부들은 전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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