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좀 얌전해지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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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상회의는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 이란 핵 문제, 중동 사태에 대한 결의를 담은 공동 성명서를 채택한 뒤 폐막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로이터=뉴시스]

"코피 아난(유엔 사무총장)의 해법이 마음에 안 들어. 알다시피 시리아를 통해 헤즈볼라가 이따위 짓거리(this shit)를 하는 걸 막는 게 그들(유엔)이 할 일이고 그러면 끝나는 건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행사 중에 흘러나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화제다.

부시 대통령은 17일 폐막 오찬 중 마이크가 연결돼 있는 것을 모르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의 대화는 블레어가 뒤늦게 마이크를 끌 때까지 주위에 고스란히 '생중계'됐고 언론에도 알려지게 됐다.

이날 부시는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세력과 이들을 지원하는 시리아를 직설적으로 비난하고, 휴전부터 하고 보자는 유엔의 미지근한 해결방식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부시는 일부 정상을 겨냥해 "이 친구들(these guys) 중 몇몇은 너무 말을 길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직설적 언변을 즐기는 부시의 텍사스 기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평했다. 영국 언론들은 부시가 블레어를 "어이, 블레어(Yo, Blair)"라고 부른 것도 꼬집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주고받은 농담도 화제가 됐다. 고이즈미는 15일 비공식 만찬 도중 러시아 민요가 흘러나오자 갑자기 무대로 뛰어 올라가 춤을 췄다. 이를 본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는 언제나 좌중을 지배한다"며 조크를 던졌다.

지난달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두 정상이 함께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가를 방문했을 때 고이즈미가 엘비스 노래에 맞춰 춤을 춘 것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그러면서 "고이즈미 총리, 좀 얌전해지시오"라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도 같이 춤을 추지 않았느냐"고 받았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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