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OECD 평균보다 1.5%P 낮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 하락 아닌 구조적 문제 #획기적 경기부양책 내놔야”

5일 OECD가 집계한 국가별 소비자물가 상승률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OECD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미국(1.8%)·영국(2.0%)·독일(1.7%)·프랑스(1.1%) 등 주요 선진국도 높은 편은 아니지만, 대부분 1%는 웃돈다.

반면에 한국은 0.6%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을 공시한 34개 OECD 회원국 중 1%를 넘지 않는 나라는 일본(0.5%)을 비롯한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11개국이다. 한국은 8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4%를 기록해 OECD 회원국 중 몇 안 되는 ‘마이너스 물가’ 국가에 속하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OECD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OECD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소비자물가가 갈수록 떨어지는 현상은 한국에서만 관찰되는 건 아니다. OECD 평균과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7~10월 정점을 찍은 이후 모두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문제는 한국의 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OECD 평균은 지난해 10월 3.1%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7월까지 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9월 2.1%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 7월까지 1.5%포인트 내렸다.

한국은 경기 침체와 함께 물가 하락이 맞물리면서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데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한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3일 거시경제협의회에서 “디플레이션은 물가 하락과 실물 경제의 급격한 침체가 같이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이날 나온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물가 하락 속도가 더 빠른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선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1~7월)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60개 품목 중 1년 전보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의 비율은 29.8%(137개)였다. 이는 7년 전인 2012년(16.2%)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올해 8월 한 달만 보면 이 비율은 32.8%(151개)에 달했다. 물가 하락이 일부 부품에만 그치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것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란 것이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나 재정지출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놔야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지적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OECD 평균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은, 이번 물가 하락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허정원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