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로또 청약’ 예고…2·3기 신도시 유탄 맞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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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호 09면

서울 강동구에서 전세를 사는 최모(42)씨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경기도 남양주시 등 서울 인근 수도권에 집을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키로 하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년이면 청약가점이 59점이 되는 만큼 서울에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올 신규 분양 단지를 노려볼 심산이다. 최씨는 “부양가족이 많아 또래의 무주택자 중에선 가점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신규 분양 경쟁률 치솟을 듯 #청약 가점 65점은 돼야 노려볼 만 #수도권 외곽은 미분양 늘어날 수도

올 상반기 분양 상황을 보면 최씨에게도 승산은 있어 보인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나온 아파트의 청약 당첨자 평균 가점은 48점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씨의 당첨 확률을 높게 보지 않는다.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되면 청약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단지별로 다르겠지만 서울에서 상한제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가점이 65점 이상은 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 인기 지역 아파트는 이보다 평균 청약가점이 훨씬 높았다. 6월 서초구에서 나온 무지개 재건축아파트 당첨자의 평균 가점은 69점이었다. 앞선 4월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서 나온 위례리슈빌퍼스트클래스 아파트도 평균 가점이 72점이나 됐다. 위례신도시 단지는 공공택지여서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했다. 양 소장은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20~30대 젊은층은 상한제가 시행되면 청약시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또 청약 기대감이 커지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는 2506만1226명이다. 6월 말보다 8만1496명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로 상한제가 확대되면 청약 수요가 정체하면서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수도권 2기나 3기 신도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천 검단신도시 등지는 이미 3기 신도시 영향 등으로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2기 신도시에서만 올 연말까지 1만여 가구가 추가로 분양된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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