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의 거짓말…학계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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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학자적 양심으로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고백해야 한다."(한상진 교수)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라면 학자의 정도에서 벗어난 것이다."(손호철 교수)

송두율씨의 친북(親北) 전력이 드러나면서, 그리고 그동안 그가 밝혀온 해명이 상당부분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학계도 충격과 당혹에 빠졌다.

宋씨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임이 국정원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1일. 그와 친분이 있는 학자들은 "친북 활동의 정도를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공회대 조희연(사회과학부)교수는 "역사적 상황과 학문적 업적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그를 쉽게 단죄해서는 안된다"고 변론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했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손호철(서강대 정치학)교수는 "평소 宋씨의 글에서 정치적 편향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당 후보위원으로 확인됐다는 말을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한상진(사회학과)교수는 "그가 그동안 자신의 전력을 공개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것이 아쉽다"면서도 "그가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피력하고 정부가 국제적 기준에 맞는 관용을 베풀어 그의 잠재력이 국가 발전에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 뮌스터대에서 宋씨의 지도를 받았던 김양현(전남대 철학과)교수는 "독일에서 7년 동안 가까이 모시며 북한에 두차례 방문한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북한과 가까웠는지는 몰랐다. 솔직히 좀 당혹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분의 학문적 업적과 주장의 순수성은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교수는 그동안 宋씨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했던 한겨레신문이 이날 비판적인 내용의 사설을 실은 것을 예로 들며 "宋씨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겨레의 사설은 "유감스럽다"면서 "宋씨를 적극적으로 감싸왔던 많은 인사가 도매금으로 공격받을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평소 보수적인 견해를 보여온 학자들은 이 일을 계기로 지식인 사회도 반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석춘(연세대 사회학과)교수는 "황장엽씨와 정보기관이 그동안 여러차례 宋교수의 신분에 대해 밝혀왔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던 사람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상인(한림대 사회학과)교수는 "지식인들이 민주화 투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宋교수를 우상화하고 신비화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김일영(정치학)교수도 "학자가 됐든 사회운동가가 됐든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용서하고, 권위주의 시절에 있었던 일이라고 덮고 넘어가는 일을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상언.임미진 기자<joonny@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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