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의 스타 데이트] KBS '아침마당' 5년째 진행 방송인 이금희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벌써 5년째 KBS 1TV '아침마당'의 시그널 음악과 함께 방송인 이금희(37)는 웃음으로 우리 모두의 아침을 열어준다. 들국화처럼 소박한 웃음이다. 넘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웃음. 난 그의 웃음이 좋다.

'아침마당'처럼 생방송이 있는 날 아침이면 출연자들은 새벽부터 다들 바쁘다. 코디들이 준비해온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속눈썹에 머리 손질까지 하느라고 말이다.

그런데 생방송에 나오는 이금희는 솔직히 어떤 날은 예쁘고 어떤 날은 밉게 보인다. 그 정도의 경력이면 요모조모 멋을 낼 만도 하건만 그는 그저 코디가 건네주는 대로 옷을 입곤 끝이다. 그 옷이 자신에게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옷을 빌려온 손길이 고마워서 쓰다, 시다 한마디도 할 수 없단다.

그는 이처럼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전혀 안하고 사는 기이한(?) 사람이다. 얼마전 그의 친구인 가수 이선희가 콘서트를 했는데 다른 게스트들이 펑크를 낼 때마다 달려가 그 시간을 때워 줬다고 한다. 칠일간이나 남들이 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대신해준다는 건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고 신경질나는 일이라 화도 낼 법하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날엔 무대에서 신나게 춤까지 췄다니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마도 친구에 대한 극진한 배려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어쨌거나 그날 평소에 음전하기 그지없는 그의 춤을 본 삼백명의 관객은 다들 행운아가 아닐까).

이금희는 이렇게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장을 본다. 그가 다니는 미용실.목욕탕.옷가게.음식점.책방 주인들 모두가 20대 때부터 그녀와 알고 지낸다.

코디는 8년째 같은 사람이다. 그는 이미 몇 년전 프리랜서를 선언했지만 KBS 소속 아나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역시 친정 같은 KBS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과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뭐든지 새로운 것으로 잘 바꾸지 못하는, 아니 바꿔보려고 시도조차 하지않는 이런 점을, 그는 '나의 바보 같은 점'이라고 흔히 얘기한다. 그러나 즉흥적인 디지털 문화로 가득 찬 이런 시대에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바보 같은 점이 나는 좋다.

'아침마당'에서 주부들과 흉허물없이 살아온 얘기를 나누는 그를 보면 대개 그가 의당 결혼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아직 독신이다.

시집은 왜 안가는 거냐고 물었더니 서른 전엔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가고 싶지 않았고, 서른이 갓 넘은 뒤엔 결혼하고 싶었다가, 요즘은 다시 결혼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한다. 하지만 결혼과 상관없이 아이는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키워보고 싶다며 어떡하냐고 웃기도 한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아이가 그냥 생기냐?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있는 사람일수록 스스로를 돌아보면 외로운 법이다. 그는 슬프고 외로울 때면 비누를 들고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으며 감정을 가라앉힌다고 한다.

또 매일 새벽잠을 설쳐가며 '아침마당'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 라디오 프로의 생방송을 기다리는 중간 시간엔 혼자 차안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보고 뉴스를 들으며 스케줄 정리를 한단다.

같이 점심 먹을 사람도 없이 무슨 낙이 있느냐고 묻자 항상 사람들 속에 있는 것보다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를 즐기는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의 말처럼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은 가끔씩 필요하다. 사실 나도 남편과 오래 살았더니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의 고독은 지나친 감이 있다. 화장 안한 맨 얼굴에 청바지 차림으로 혼자서 영화보는 것을 즐기는 그는 이번 추석 연휴만 해도 개봉된 영화를 하나 빼고 다 봤다고 한다. 콘서트도 역시 혼자 즐긴다고 하니 더 말해서 무엇할까.

'아침마당'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도 깨우치고, 많은 부부들의 이런 삶, 저런 삶을 보면서 '사람은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까지 깨우쳤다는 이금희. 내 생각으론 이제 혼자의 삶을 즐기는 것은 그만하고 좋은 사람과 만나 함께 하는 행복을 배워갔으면 싶다.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