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력 뛰어난 운동권 참모형|박양 파북배후 박종열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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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임양 파북배후 박종열군 전대협대표로 평양에 파견됐던 임수경양을 선발하고 자금지원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전대협 정책기획실장 「이명훈(가명)」군이 박종열군(연세·경제4)과 동일인임이 드러남에 따라「임양밀파」의 배후가 점차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대학3학년까지는 운동권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박군이 전면에 나서게 된것은 3학년말(지난해 11월) 연대 연대총학생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강경파인 NLPDR(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그룹을 대표한 박군은 통일문제와 평축참가를 역설했으나 5공비리 척결, 학내자치활동 활성화를 들고 나온 상대적 온건파 정재훈군 (23·철학4)에게 1천2백여표나 뒤지는 대패를 당했다.
그후 박군은 연대운동권에서는 잠적, 연대대표자격으로 NL진영의 총본산인 전대협에 들어가 비밀활동에 가담했는데 선거이후 연대캠퍼스에서 그를 목격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
박군의 고향은 충북 청원군 오창면 성산리. 국졸출신으로 소규모농사릍 짓는 부모의 2남1녀중 장남이 84년 청주 청석고를 졸업한 후 3수 끝에 연대에 입학했다.
박군이 학생운동에 눈을 뜬 것은 입학후 가입한 농총문제연구서를 로타랙트(ROTARACT)활동을 통해서 였는데 한 동료는 『박군은 소외된 농촌현실을 사회의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며 『서클활동에 적극 참여해 3학년때는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생운동가로서의 박군은 카리스마를 지닌 대중 선동형이라기 보다는 기획·분석력이 돋보이는 참모형이라는게 주변의 얘기.
연대운동권의 한 관계자는 『박군은 꼼꼼하고 준비력이 뛰어나다』며 『이런 스타일때문에 정책실장이란 임무를 맡았고 임양의 평양파견을 기획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군은 대학을 졸업하면 신문기자가 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운동권에 뛰어들고부터는「현장운동」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것으로 동료들은 전한다.
현재로는 박군이, 임양밀파의 1차적인 열쇠를 쥐고있는 것으로 보이나 운동권의 조직생리, 박군의 비중등으로 보아 「실세배후」는 다른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수사당국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즉 전대협이 평축대표파견과 같은 「대사」를 추진하면서 임의장의 경우와 같이 박군도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핵심인물의 보호막으로 삼으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권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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