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일 카드로 문 대통령이 꺼낸 ‘평화 경제’, 시작은 2015년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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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한일 분쟁의 근본적 해법 중 하나로 일본 경제가 우위에 있는 경제규모·내수시장을 잡기 위해 '평화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한일 분쟁의 근본적 해법 중 하나로 일본 경제가 우위에 있는 경제규모·내수시장을 잡기 위해 '평화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극일(克日)의 해법으로 ‘평화 경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 경제가 우리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시장”이라며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평화 경제’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2015년이다. 문 대통령은 그해 광복절 다음 날인 8월 16일 광복 70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하며 한계에 이른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남북 경제공동체’를 통해 확보하겠다고 했다. '평화 경제'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개념은 일치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분단으로 갇혀 있는 우리 경제의 영역을 북한으로, 대륙으로 확장하는 것이야말로 광복 100년을 맞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꿈”이라며 “남북이 통일이 안 되더라도 먼저 경제공동체를 이룬다면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향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언급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 때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평화 경제, 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할 때 우리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차례 연이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남북 대화 무드가 무르익던 시점이었다.

올해 들어 문 대통령의 ‘평화 경제’ 언급은 더 잦아졌다. 특히 2차 북ㆍ미 정상회담(2월 27~28일)을 앞둔 지난 2월엔 다섯 차례나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국 시장ㆍ군수ㆍ구청장 초청 오찬 간담회, 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 유한대학교 졸업식 그리고 두 차례의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평화 경제’에 대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3ㆍ1절 경축사에선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으로 ‘신한반도체제’를 언급했다.  “신한반도체제는 이념과 진영의 시대를 끝낸, 새로운 경제협력공동체”라며 “한반도에서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은 결렬됐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평화 경제’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외국인의 투자를 독려하는 자리에서도 ‘평화 경제’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외국인투자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한국경제는 외국인투자 기업에 활짝 열려 있다”며 “특히 한반도 평화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다. 평화경제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평화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고, 경제가 평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반도 평화경제 시대는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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