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中 군용기, 카디즈 다시 넘어와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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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중국 군용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 침범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1일 오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고, 중국은 중국의 (기존)입장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한ㆍ중 외교장관회담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개최됐다.
회담에서 왕 부장은 카디즈는 영공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크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23일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 직후 “카디즈는 영공이 아니며, 모든 국가가 그곳에서 이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도 영공과는 다른 카디즈의 특성을 고려, 이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 간에 입장은 서로 잘 알고 있는 것이니까 그 선에서 간단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만 설명했다. “양측이 긴밀히 소통해 관리해나가자고 했다”면서다.
중ㆍ러 군용기의 카디즈 및 영공 침범과 관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방콕에 왔지만, 한ㆍ러 외교장관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의 일정이 매우 짧아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대신 윤순구 차관보가 카운터파트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동북아 지역 담당 차관과 회담하며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중이다.

왕이, 사드 문제 또 제기

왕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문제도 제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 측이 먼저 기존의 입장을 원칙적인 차원에서 간략하게 제기했고, 우리도 우리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한 지 한달 만에 이번에는 외교장관급에서 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올해 국방백서에 처음으로 사드 문제를 포함하기도 했다. 한ㆍ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 간 잠복된 갈등 이슈인 사드 문제를 다시 꺼내들어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강 장관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설명했다. 이에 왕 부장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근간으로 하는 전세계 자유무역 체계의 질서 유지가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역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를 거울로 삼아 미래지향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중국의 기본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다. 강제징용과 관련한 일본의 태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는 뜻이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왕 부장은 “북ㆍ미 간 대화를 기반으로 해서 협상과 대화를 통해 양측이 융통성 있는 입장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강 장관은 시 주석의 방한을 희망하며 “고위급 인사의 방한을 통해 양국 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방콕=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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