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서명만 남았다…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때 받는 불이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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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압승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압승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휴가를 다녀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0일 업무에 복귀하면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 국가,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실상 아베의 서명만 남겨둔 화이트 리스트가 관심을 끈다.

일본 언론은 다음 달 2일 열리는 각의(閣議ㆍ국무회의 격)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할 것으로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이미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다. 닛케이는 ”개정 관련 국민 의견 공모에 4만건 이상이 접수됐다. 대부분 찬성 의견으로 보인다“고 29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의견서를 검토한 뒤 개정안을 각의로 넘기면, 심의 후 의결ㆍ공포한 뒤 21일 후 적용된다. 이대로 진행될 경우 2004년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에 오른 한국은 15년 만에 수출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일본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됐다가 제외되는 첫 사례다.

화이트 리스트는 ‘우대 조치’다. 일본은 수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방국을 화이트 국가로 지정해 우대한다. 화이트 국가에 수출할 땐 한 번만 포괄적으로 허가받으면 3년간 개별품목에 대한 심사를 면제하는 ‘포괄허가제’를 적용한다. 바꿔말해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민감한 물품을 수출할 때 까다롭게 들여다본다는 얘기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 첨단소재ㆍ전자ㆍ통신ㆍ센서ㆍ항법장치 등 전략물자를 포함해 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1100여개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전략물자는 물론 민수품도 무기로 쓰일 수 있는 품목은 개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개별 허가 수출 규제 장벽이 만만치 않다. 한국 업체가 물품을 수입할 때마다 목적과 용도, 최종 수요지 등을 일일이 알려야 한다. 수입 물품을 대량살상무기(WMD)나 WMD를 운반할 용도 등으로 쓰지 않고 민간용으로만 쓴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보내야 한다.

절차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일본 정부 입맛에 따라 수입을 허가ㆍ불허하거나 지연시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개별 허가를 받는 데 일반적으로 90일 걸린다. 지난 4일부터 수출 규제를 적용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은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수출허가도 받지 못했다. 닛케이는 한국 기업이 중국ㆍ동남아 등지의 생산 거점으로 일본산 수입품을 가져다 쓸 때도 일본 정부의 심사 절차가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일본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일본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유를 들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거기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에 오른 나라는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 27개국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포함됐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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