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황교안에 따로 만나자고 했던 文, 난 그렇게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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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를 하려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할 수 없고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걸 해줘야 한다"며 정계복귀설을 거듭 일축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선거는 50.1%의 시장점유율을 갖기 위한 싸움이고 제로섬 게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이사장은 또 "정치는 욕망을 상대하는 일"이라며 "대중이 어떤 욕망을 표출하든 무시하거나 적대시하지 않고 받아내야 한다. 저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 너무너무 비굴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말을 하게 되는데 그 방향으로 뜻도 크지 않은 제가 그것을 견디려니 너무너무 일상이 누추해진다"며 "제가 애국심이 부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도 신실한 신자의 심정"이라며 "(문 대통령처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둘이 따로 만나시죠', '늦었으니 식사하고 가시죠'라고 저는 못 한다"고 예를 들었다.

유 이사장은 "'나는 출마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있다'고 얘기하면 '출마 의사 내비쳐'라고 보도가 나온다. '출마를 하고 말고 제가 결정한다'고 하면 '출마 의지 시사'라고 보도한다"며 "그래서 '하기 싫다'는 표현을 찾았다. 그만큼 강력한 의사 표시가 어디 있겠느냐"라고 언급했다.

그는 막스 베버의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나오는 '비창조적 흥분상태'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정치라는 게 권력 투쟁이고 진영이 나뉘고 대결을 하기 때문에 비창조적 흥분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라"며 "'일본 놈들', '발광' 그런 단어들을 보면 막스 베버가 빠지지 말라고 했던 비창조적 흥분상태에 빠진 사람이 어떠한가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이런 심리 상태는 한국당 의원들에게서만 발견될 수 있는 게 아니고 모든 정치인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타나게 마련"이라며 "저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심리 상태가 비창조적 흥분상태에 빠지지 않나 경계하면서 흉하지 않게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뜬금없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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