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선군 덕에 남한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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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단장은 이날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비공개로 열린 19차 장관급회담 첫 전체회의 기본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에 앞서 언론에 공개한 모두발언에서도 "100여 년 전에 조상들이 화승총이 없어 망국조약을 강요당했다"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남한 측 수석 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누가 귀측에 우리의 안전을 지켜 달라고 했느냐"며 이의를 제기했다고 회담 대변인인 이관세 통일부 정책홍보실장이 전했다.

권 단장은 기조발언에서 "내년부터 외세(미국)와의 합동군사연습을 완전히 중지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고도 요구했다.

북측은 또 회담에서 "상대 체제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성지와 명소.참관지를 제한 없이 방문토록 해야 한다"며 8.15 통일축전 때 남측 대표단의 방문을 제의했다. 이는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허용을 남측에 촉구한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어 북측은 "동포애와 인도애적인 사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자"며 쌀 50만t과 비누.신발 등 경공업 원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 장관은 기조발언에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와 국제사회의 강한 유감과 단호한 입장을 전달하고 "6자회담에 지체 없이 복귀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핵과 미사일 문제를)해결하자"고 촉구했다.

양측은 실무접촉 등을 통해 협의를 벌였으나 남측이 핵심 의제로 설정한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가 커 진통을 겪고 있다.

부산=이영종 기자

◇선군정치=1995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창한 북한의 통치방식. 군대를 다른 모든 것에 우선시한다는 의미로 군부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미사일·핵개발 등 국방력 증강에 주력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했다. 김정일 위원이 김일성 사망 이듬해인 95년 1월1일 한 포병부대의 초소를 방문한 것을 선군정치의 태동이라고 북한은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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