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사정거리만큼 남북 멀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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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사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축구경기 판정에 빗댔다. 12일 장관급회담에서 그는 권호웅 북한 측 단장에게 "선수가 위험한 플레이를 했다고 경고를 받으면 해당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다른 선수와 심판 등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면 위험한 플레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미사일 사정거리만큼 남북 관계도 멀어진다"는 말도 건넸다.

이런 이 장관의 언급을 두고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문제에 대해 단단히 따지겠다던 정부의 약속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호하게 잘못을 지적하는 대신 비유나 우회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는 점에서다. 스커드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우리 측을 사정거리에 둔 스커드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 것은 '우리 민족끼리'(북한의 민족공조 주장 구호)를 무색하게 하는 행위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수준으로 짚었다. 권호웅 단장이 쌀 50만t 지원을 요구하는 등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언행을 했지만 따끔한 지적은 없었다.

회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선군정치 은덕론' 등 억지주장을 펼쳤는데도 정부의 대응전략은 미흡했다는 자성론이 나온다. 미사일에 대한 우려 전달과 6자회담 복귀 촉구 외에 다른 카드가 없다는 얘기다. 북한이 작심하고 치밀한 회담 준비를 하는 동안 정부는 '북한이 부담을 느껴 불참할지 모른다'는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공개 회담 내용을 정부가 어느 선까지 공개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 대표단은 1시간30분간의 회담 내용을 언론에 어떻게 설명할까를 놓고 1시간 넘게 대책회의를 했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정보만 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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