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낭만적 사랑과 사회'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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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능청스러운 입담

◇낭만적 사랑과 사회(정이현 지음, 문학과지성사, 8천원)='나는 레이스가 달린 팬티는 입지 않는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표제작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비롯, 30쪽 안팎의 단편 8편을 모았다. '낭만적…'의 여주인공인 20대 초반의 유리는 '몸'을 원하는 남자들의 손길을 적절히 차단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사랑을 떠벌리는 주변 여자 친구들이 개탄스럽다. 도발적인 내용, 능청스러운 입담이 눈길을 붙든다.

애인과 짜고 車 훔치고

◇쇠꽃(정길연 지음, 문이당, 9천원)=198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작가의 여덟번째 책. 표제작 '쇠꽃' 등 단편 8편을 모았다. '쇠꽃'의 여주인공 선희는 호텔급 실버타운에 입주한 70대 조여사의 말동무 겸 잔수발 도우미다. 말만 번지르르한 중고자동차 영업소 직원 창대를 사귄 후로 무의탁에 생활보호대상자인 고모의 찌든 궁상이 지겨워진 선희는 창대와 짜고 조여사의 뉴그랜저 자동차를 감쪽같이 훔치지만 창대는 선희를 버리고 잠수한다.

미당 부친은 종이 아니었다

◇곽재구의 예술기행(곽재구 지음, 열림원, 9천원)='사평역에서'의 시인 곽재구씨가 '포구기행'에 이어 내놓은 기행산문. 이성복의 남해 금산, 윤이상의 고향 충무, 김환기의 고향 전남 기좌도, 이청준과 한승원의 고향 장흥 등이 곽씨가 찾아다닌 곳들이다. 서정주의 고향 질마재 마을에서는 '애비는 종이었다'로 시작하는 시 '자화상'과 달리 미당의 아버지가 머슴들을 부린 부자였다는 얘기를 듣는다.

◇되풀이(알랭 로브그리예 지음, 이상해 옮김, 북폴리오, 9천원)='누보 로망의 교황'으로 불리는 저자가 여든살 때인 2001년 발표한 장편소설.

◇달궁가는 길(이종민 엮음, 서해문집, 1만5천원)='달궁''강'의 소설가 서정인의 전북대 정년퇴임에 맞춰 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한 평론집.

◇일찍 늙으매 꽃꿈(이선영 지음, 창작과비평사, 6천원)=몸에 대한 자의식, 여성의 일상성에 대한 성찰 등을 보여주는 저자의 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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