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고수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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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남들 살 때 사고 남들 팔 때 팔고-. 이렇게 남들을 따라하기만 하면 절대로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주식투자야말로 역발상이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옛 현대투신)에서 2001~2005년 나폴레옹 펀드를 운용해 339%의 누적 수익률을 올렸던 신한BNP파리바투신 조세훈 주식운용본부장은 '역발상'을 투자의 첫째 원칙으로 꼽았다. 대부분의 '개미'들이 기대감과 불안감 탓에 주가가 오르면 따라서 사고 빠지면 서둘러 파는 일만 되풀이하면서 손해를 키운다는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9.5% 하락했던 2002년에도 9.4%의 수익을 냈던 전력이 말해주듯 그는 "지수와 무관하게 항상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하락장일수록 역발상 투자를 하라"고 제안했다. 그가 말하는 역발상은 간단하다. 올라갈 때 너무 비싸 못 샀던 종목이 뭔지, 그리고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공포심 때문에 자금이 이탈하는 종목이 뭔지를 골라 남들이 팔 때 거꾸로 주식을 사모으라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도망가서는 절대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믿는 공격적인 펀드 매니저다. 이런 신념 때문에 주가가 빠진다고 주식 편입비를 줄이는 식의 소극적 투자는 하지 않는다. 개인들도 무작정 이런 투자법을 따라할 수 있을까.

그는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을 적절히 분산투자한 투자자라면 주가가 출렁인다고 서둘러 주식을 내다팔거나 펀드를 환매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 증시의 장기적 성장을 믿는다면 요즘의 하락장을 매도 시기가 아닌 투자기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발상도 아무 종목에나 다 해당되는 건 아니다. 조 본부장은 "단순히 낙폭만 크다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기업가치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가치 있는 기업이란 단순히 기업의 재무재표 분석상 좋은 회사가 아니다.

"주가는 기업의 투명성 및 지배구조 개선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기업이익이 곧 주주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밸류에이션이 좋다한들 믿을 수 있겠습니까. 투명성이 확보된 회사라면 자산가치가 높은 종목들이 결국 빛을 낼 겁니다."

그는 또 "우리 주식이 아직도 이렇게 싼데 밖으로 눈을 돌리는 건 '겉멋'"이라며 투자자들이 해외펀드보다 국내 펀드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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