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없어 文과 회담 못한다던 아베…조코위와는 '1분 번개'도

중앙일보

입력

“아베 총리의 28일 하루 일정을 보시라. 아베 총리의 한국 패싱이 더 확실하게 느껴질 것이다. ”
한ㆍ일 관계에 정통한 일본 유력 언론사의 간부가 28일 밤 이렇게 말했다.

28일 아베 총리의 1일 동선 분석해보니 #인도네시아 대통령과는 1분간 서서 대화 #독일 메르켈 총리는 15분,英 메이와 20분 #예정없던 스페인 총리와도 선채로 15분 #日언론 "文이 소극적","日에 책임"엇갈려

29일 일본 조간 신문에 보도된 전날 ‘총리의 동선’을 확인해보니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바쁜 와중에 없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각국 정상들과 대화를 나눴다.

28일 G20정상회의 공식 환영행사에서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

28일 G20정상회의 공식 환영행사에서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

당초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베 총리는 "G20(주요20개국)정상회의 의장국 정상으로서 일정이 꽉 차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28일 오전에 잡혀있던 미ㆍ일 정상회담(오전 8시36분~9시 20분)과 미ㆍ일ㆍ인도 정상회담(9시22분~37분)이 끝난 뒤 아베 총리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15분간(9시51분~10시6분)회담했다.

28일 G20정상회의 공식 환영행사에서 인사하는 아베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 [AP=연합뉴스]

28일 G20정상회의 공식 환영행사에서 인사하는 아베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 [AP=연합뉴스]

이어 오전 11시6분부터 20분 동안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회담했다.

28일 G20정상회의 공식 환영행사에서 인사하는 아베 총리와 메이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28일 G20정상회의 공식 환영행사에서 인사하는 아베 총리와 메이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G20정상회의 공식일정이 시작된 오후에도 바쁜 일정속에서 ‘다치바나시(立ち話·서서 대화한다는 뜻)’의 형태로 '번개 회담'을 이어갔다.

12시 9분부터 불과 1분간이지만 인도네시아 조코위(조코 위도도)대통령과 서서 대화를 나눴다.
산케이 신문은 “양국간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도 10분간(오후 2시29분~39분)이란 정세 등에 관해 역시 선 채로 대화를 나눴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는 일본 식품 규제완화 문제 등을 화제로 15분간(오후 2시50분~3시 5분)담소했다.

그 뒤 태국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회담했다.

이날 소화한 회담이나 다치바나시들 중 영국ㆍ스페인의 경우 일본 정부가 26일 오전 공개한 아베 총리의 일정상 '회담이 예정된 19개 국가 또는 기관'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독일과 인도네시아는 회담 자체는 예정돼 있었지만 구체적인 시간이 잡혀 있지 않았다.

28일 G20정상회의 공식 환영행사에서 인사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28일 G20정상회의 공식 환영행사에서 인사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렇게 '1분간의 다치바나시'를 포함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대화가 가능했지만 결국 한ㆍ일 정상회담은 G20 첫날엔 실현되지 못했다.

일본의 신문들은 29일 조간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어색한 악수 장면을 부각하며 이 문제를 다뤘다.

아베 총리와 가까운 산케이 신문은 “문 대통령은 (일본에 도착한)27일 밤 재일동포들의 모임에서 ‘흔들림없는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아베 총리를 대면할 때는 자신이 한 말과는 반대로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전체 사진 촬영을 위해 일찍 단상에 올랐지만, 아베 총리에게 접근하지 않고 거리를 뒀다”,“문 대통령의 표정이 풀린 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걸었을 때였다”면서다.

한ㆍ일 정상간 대화 불발의 책임이 문 대통령에게 있다는 뜻이다.

“사진촬영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섰는데, 문 대통령은 만족스러운 듯 했다”고도 보도했다.

반면 진보계열의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정부가 한국이 요청한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징용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분석했다.

“공식환영 행사에서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할 때 미소를 띄우긴 했지만, 통상적 예의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며 “직후 프랑스 대통령과 포옹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고 했다.

오사카=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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