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오바마 요청도 내쳤던 애플, 138달러에 중국 탈출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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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2011년 2월 미 실리콘밸리의 주요 인사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애플의 생산 거점인 중국의 70만개 일자리의 미국 내 이전을 요청했지만,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25% 관세땐 아이폰 16만원씩 올라 #삼성전자와 경쟁서 밀릴 게 뻔해 #뚝 떨어진 중국 내 판매량도 영향

이랬던 애플이 탈 중국에 나선 이유는 뭘까. 일본 닛케이와 미국 CNBC 등은 “애플이 아이폰의 중국 내 공장 15~30%를 동남아로 이전하는 비용 평가에 착수했다”는 보도를 최근 잇달아 내놨다. 중국에서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도 아이폰 전량을 중국 밖에서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애플은 이미 미·중 무역 전쟁의 유탄을 맞은 중국 정보기술(IT) 대표 기업 화웨이가 고사 위기에 처한 과정을 지켜봤다. 이에 미국의 대표 IT기업 애플이 선제 대응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자국 정부의 관세 폭탄이다. 애플은 최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가 애플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이 보여주듯 애플이 우려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만지작거리는 325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카드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서 만들어 미국서 판매되는 ‘아이폰 XS 맥스’의 수입 가격은 554달러, 여기에 관세 25%가 부과되면, 대당 약 138달러가 비싸진다”고 말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7160만대가량을 판매했다”며 “관세로 가격이 오르면 삼성전자와 경쟁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의 인기가 중국에서 급속히 식고 있다는 점도 생산거점 이전의 한 이유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은 올해 1분기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48%가 줄었고, 시장 점유율도 7%로 떨어졌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자체 생산하는 삼성전자나 화웨이와 달리 100% 위탁 생산한다. 아이폰 조립은 파트너사인 대만의 폭스콘(생산량 60% 조립)과 페가트론(28%), 위스트론(12%)이 담당한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애플은 경쟁사보다 비싼 단가에, 설계·조달·생산의 다각화 시스템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수익을 독식해 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판매량은 2억900만대로 2위였지만, 수익은 78%를 차지했다(시장조사업체 SA).

중국 공장을 이전할 후보지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이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이 진출해 있고, LG전자도 구미에 있던 스마트폰 공장을 다음 달 베트남으로 옮겨간다. 애플의 최대 파트너사인 폭스콘도 지난 2월 베트남  박장공단 내 25만m²의 공장 부지를 마련했다. 싱가포르 비즈니스 타임스 등은 “페가트론도 생산 시설을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중 한 곳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애플의 일부 생산 공장이 베트남으로 이전할 경우 삼성·LG전자와 생산조건이 비슷해져 글로벌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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